진리를 따르라
연천의 어느 종교 단체가 합숙하는 곳에서 주검이 발견되었다. 인근의 우물 물이 생명수라며 이것으로 그 주검들을 부활시키려 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흔히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어떻게 믿고 따르나” 하며 코웃음을 치겠지만 경찰과 대치하는 사람이 70여 명 있다는 것을 보면 그것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에게는 퍽 소중한 종교인 모양이다.
일본에서도 요즘 ‘파나웨이브 연구소’라는 이름의 ‘백색 집단’이 화제다. 흰 옷을 입고 흰색 차량을 타고 거의 한 달 동안을 이동하고 있는 중인데, 며칠씩 머물 때면 사방에 흰 천을 두른다. 흰색의 이유는 간단하다. 전자기파가 몸에 해롭기 때문이란다.
선재가 어릴 적 보던 공상과학 이야기에서 그리던 21세기는 첨단 과학이 지배하는 별천지였다. 그만큼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21세기인데 이 시기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종교 이야기가 뉴스에서 전해지는 것을 보면 선재는 참 신기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굵직한 사회면을 장식했던 사건도 종교 관련이었고, PD수첩류의 고발 방송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소재도 바로 종교 이야기였다. 21세기는 종교의 시대란 말인가.
사회면에 등장하는 종교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따른다는 점이다. 불교의 교주라고 할 수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느 날 나뭇잎 하나를 들고 “내가 깨달은 법에서 너희에게 설하는 것은 이 나뭇잎 하나 정도에 불과 한 것이다.”(잡아함) 하고 스스로 겸손해한다. 석가모니라는 사람을 따르지 말고 진리를 따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아함 <유행경>의 “자신을 의지하고 남을 의지하지 말며 진리를 의지하고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라.”는 말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생명수는 사실 별 게 아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당연한 말들, 그것이 진리이고 생명수일 뿐이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