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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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성불론(變性成佛論)
“여성은 남성몸 얻은후에 성불 가능”
이전 성차별 사상보다 유연·진일보

여성에 대한 불교운동가들의 관심은 매우 지속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관심의 핵심은 여성도 성불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32상 내지 5장설에 의해 여성이 성불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흐름속에서도 끊임없이 여성들에게 성불의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한 하나의 사상적 흐름이 변성성불사상이다.
변성성불사상은 여성의 육신을 가지고는 성불할 수 없지만 남성의 몸을 얻은 다음에는 성불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즉 여성이 선업 공덕을 지으면 다음 세상에서는 남자의 몸을 받게 되며, 그때 비로소 성불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윤회사상과 결부되어 활로를 개척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적 흐름은 초기대승불교에 오면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대정신수대장경 556경인 <칠녀경>부터 574경인 <견고경>까지는 두 세가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변성남자를 설하고 있다. 이중에서 <칠녀경>은 구류국의 바라문이 일곱 딸의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부처님은 ‘사람의 몸은 생로병사에 떨어지므로 미모는 오래가지 않는 것’이라 설한다. 이어서 과거세에 바라나국 왕의 일곱 여인이 가섭불의 가르침을 듣고 보리심을 일으켜 미래에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게 된다. 수기를 받은 일곱 여성들은 기뻐 허공으로 뛰어올랐다가 땅으로 내려오는 사이에 ‘모두 남자로 바뀌었으며, 그 즉시 다시는 퇴보하지 않는 경지를 얻었다’고 한다. 여기서 불퇴전의 경지에 들어가기 이전에 여성이 남성의 몸을 얻게되는 장면이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상에서 언급된 수기를 받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한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전여신경>에서는 “깊은 마음으로 깨달음을 구할 것, 오만한 마음을 제거하고 속이고자 하는 마음을 없앨 것, 신구의 3업을 청정하게 하는 십선계를 여의는 것” 등을 말하며, <현수경>에서는 “일체지의 마음을 일으켜 무수한 공덕을 짓는 것, 부처님에게만 의지하고 삿된 것을 믿지 않는 것, 십선계를 지키는 것, 보시와 지계에 철저하여 스스로 청정함을 지키는 것, 항상 자비스러우며 일체의 사람과 물건에 대한 탐욕을 버리는 것” 등을 설하고 있다.
공사상을 핵심교리로 삼고 있는 반야경 계통에서도 변성성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엄삼매경>은 공사상의 입장에 서서 남녀의 차별을 보는 것은 미망에 불과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대승의 수행자는 남녀의 차별에 사로잡히지 말고, 무집착 공의 입장에서 평등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의거한다면 구태여 남녀차별의 문제가 대두될 여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전에서 견의보살은 구역천자에게 “어떠한 공덕으로 여성의 몸을 바꿀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해 “대승에 나아가는 사람은 남녀의 차별을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체지의 마음은 3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분별이 있기 때문에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다. 그대의 질문에 ‘옛부터 보살을 섬기는 마음에 첨곡(諂曲:아첨과 왜곡)이 없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어떻게 섬기는가 하면 ‘세존을 섬기듯 한다’. 어떻게 해야 마음에 첨곡함이 없는가하면 ‘신구의 3업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여인의 마음에 첨곡함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여인의 몸을 바꾸는가 하면 완성하는 것과 같다. 어떻게 하는 것이 완성함과 같은 것인가 하면 ‘바뀜[轉]’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천자여 이 말은 무슨 뜻인가? ‘선남자여, 일체의 존재들 가운데는 이루어지는 것도 없고, 바뀌는 것도 없다. 모든 존재는 한 맛이다. 법성(法性)의 맛을 말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원하는 바에 따라서 여인의 몸을 갖는다. 만약 나의 몸을 남자의 몸이되게 하더라도 여인의 특징을 파괴하지도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라. 이것은 남자, 이것은 여자라 하는 것은 모두 잘못된 생각이다.’”라 대화하고 있다.
남녀의 차별관을 버리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서는 “아난다여, 이 모든 천녀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여인의 몸을 바꾸리라”고 선언하고 있다. 공사상에 입각해 가장 실용적인 방안을 제시했으면서도 당시의 시대조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남녀차별과 여성의 성불을 위한 고민이 진일보하고 있다는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들이 변성성불사상이 출현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라 보아야 한다. 그러나 여인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은 뒤에 성불한다는 것은 아직 차별적인 관념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전 사상 보다 매우 유연해지고 있으며, 동시에 성불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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