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색색의 전구와 색실이 만들어내고 부처님오신날에는 연꽃이 그런 역할을 한다. 부처님오신날(그런데 왜 방송에서는 크리스마스는 성탄절이라고 하고 부처님 오신 날은 석가탄신일이라고 하지?)과 어버이날이 겹친 올해는 거리마다 꽃 잔치였다. 거리엔 연꽃이, 사람들의 가슴엔 카네이션이 세상을 장엄했다. 꽃이 축하의 의미를 갖게 된 내력을 선재가 알 수는 없지만, 6가지 공양구에도 꽃이 포함되고 많은 경전에서 꽃으로 부처님을 장엄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신성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불교에서 꽃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화엄이다. 화엄이란 잡화엄식(雜華嚴飾)에서 나온 말이다. 말 그대로 갖가지의 꽃으로 장엄한다는 뜻이다. 광대무변하게 우주에 편만(遍滿)해 계시는 붓다의 만덕(萬德)을 꽃으로 장엄하여 진리의 세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꽃의 의미는 누군가에게 달아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는 데 있다. 화엄이라고 해서 불국토를 장엄하는 데 그치는 것이겠는가. 이미 그 안에 살고 있는 내가 부처이므로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장엄하는 일이다. 어버이날의 카네이션 역시 스스로 꽃을 달고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것이 시작이라고 선재는 알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을 기리는 데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니만큼 거리마다 피어난 연꽃의 의미도 달라야 한다고 선재는 생각한다.
조계종 전 종정이신 성철스님의 법어.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 함께 길이길이 축복합시다.”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깨달을 때 거리의 연꽃은 이미 스스로를 축하하는 꽃이고 “이 세상에 나만이 존귀하고 세상의 괴로움을 모두 평안케 하리라”는 부처님 탄신의 선언은 오늘을 사는 선재 스스로의 다짐이 된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