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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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근 숭배와 여인불성불
남성우위 시대풍조 32상속에 스며
선업 닦으면 여성도 대장부상 성취

부처님의 전기에 의하면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태몽 중에 이빨이 여섯 개인 흰 코끼리가 태반 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에 정반왕이 점성술사를 불러 꿈의 해몽을 부탁했다. 그러자 점성술사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있다. “임금의 대부인께서는 반드시 남자 아이를 생산할 것입니다. 32가지의 대장부 모습을 구족하여 그 몸을 장엄할 것입니다. 만일 왕위를 계승한다면 마땅히 황금 수레를 타고 천하를 항복시킬 것이며, ...만일 출가하여 도를 닦는다면 법왕의 경지를 깨달아 이름이 시방에 알려질 것이며, 중생의 아버지가 될 것입니다.”
물론 부처님께서는 태어나자마자 32상을 갖추었다는 것이 경전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부처님을 찬탄하기 위한 제자들의 존경심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태어남과 동시에 32상을 갖추었다는 것은 천부적이란 의미이며,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구비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불교에서 32상을 말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인도 사회에서는 최대의 권위를 지니고 있는 사람을 지칭할 때 32상을 구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것은 인도인의 일반적인 상식이자 대중들의 보편적인 신앙이기도 했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제왕이 아들을 낳아서 32상을 갖추게 되면 마땅히 황제의 지위로 날아가 4천하의 으뜸이 되어 선법(善法)으로 다스려 교화할 것이며, 자연히 일곱 가지 보배를 갖추게 되리라”고 말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인도인의 신앙이 비쉬뉴 신화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이것이 당시 불교사상 속에 수용된 것이다. 전륜성왕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철위산 지방의 지배자이다. 부처님이 활동하기 훨씬 이전에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상적인 통일의 완성자로 동경되고 있었다. 그러다 통일세계의 이상적인 임금의 명칭이 되었다. 비쉬뉴의 상징인 바퀴를 얻는 것으로 제왕이 갖추어야 하는 자격의 하나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전륜성왕의 위력에 의해 세계의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게 된다.
부처님이 전륜성왕과 같이 32상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 수용된 것일까? 아마도 세계의 평화적 통일을 통해 얻게 되는 대중들의 평화로운 삶, 전쟁 없는 인생이 전제되었을 것이라 본다. 평화적인 세계의 통일과 인간정토의 염원은 전륜성왕과 동일한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32상이란 남성의 권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조건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여성은 32상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성불할 수도, 전륜성왕이 될 수도 없다는 사고가 은연 중 불교 안에 스며들어온 것이다.
32상 가운데는 마음장상이 있다. 마음장상은 말의 생식기처럼 남근이 감추어져 있는 것을 상징한다. 물론 32상 자체는 모두 상징이다. 설법의 위대함을 표현하기 위해 혀가 길다고 말한다든가 전법의 위대함을 나타내기 위해 평발이라 하는 것 등 신성과 권위와 현실적 역동성을 32상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장상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필자는 그것을 생산과 결부하여 해석하고자 한다. 즉 여성들이 가족사회의 주축이었던 시대에는 여근숭배사상이 있었다. 그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공통으로 드러나는 문화유형이다. 여근숭배사상은 특히 농본사회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 역시 아직 그러한 문화의 유형이 남아 있다. 원불교 법당 안에 있는 쇠로 만든 시루형의 법구나 중국 사원의 법당 안에서 흔히 목격하게 되는 불단 앞에 놓인 놋쇠로 만든 시루 등은 모두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는 것이며,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시대가 남성본위로 바뀌면 기존의 신앙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여성 숭배와 함께 남성을 숭배하는 것이다. 링가신앙이 그것이다. 이어서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통해 인간과 세상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남근숭배 역시 풍요 내지 생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왕성한 생식력이 풍요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상적 인간상인 32상 속에 풍요를 상징하는 남근숭배사상이 빠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파불교시대의 이론서인 <대비바사론>에서는 32상이 성불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다만 백복을 장엄한 결과이기 때문에 여성일지라도 선업을 닦을 것 같으면 대장부상을 성취할 수 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것이 변성성불의 이론적 단초가 되는 것이지만 완고했던 남성위주의 사고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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