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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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재가 여성관
장부아함경·선생경 여성인격 존중
“진리엔 남·녀 차별이 없음을 알라”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오장설 이외에 팔경계법이 있다. 초기 불전에서는 오장설에 의거하여 비구니팔경계법을 피력한다. <중아함경> 제28권의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비구니는 마땅히 비구에게 구족계를 받아야 한다. 이 말은 비구니가 비구니에게 계율을 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동시에 비구에 의해 통솔된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둘째 비구니는 보름마다 비구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보름마다 포살법회를 열게 되어 있는 데 그때 비구니는 계본을 읽으며 포살법회를 주도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셋째는 비구니 거주처에 비구가 없으면 안거를 할 수 없다. 넷째 비구니는 안거를 마치면 양부중에서 세 번 청하여 보고, 듣고, 의심스러운 것을 물어야 한다. 다섯째 만일 비구가 비구니의 질문을 듣지 않으면 비구니는 비구에게 경율론을 질문할 수 없다. 여섯째 비구니는 비구의 범계(犯戒)를 말할 수 없지만 비구는 비구니의 범계를 말할 수 있다. 일곱째 비구니가 만일 승가파시사를 범하면 마땅히 양부중 가운데서 보름간 근신해야 한다. 여덟째 비구니가 구족계를 받은 지 백년이 된다 하더라도 처음 구족계를 받은 비구에게 지극히 겸손한 마음으로 예배 공경 합장하고 물어야 한다.
이상의 팔경계법은 현재까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비구니가 비구에게 종속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은 다섯 가지 장애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팔경계법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초일명삼매경>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몇 가지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우선 비구계 내지 비구니계를 받더라도 문화나 환경의 차이로 인해 그것을 온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북방 불교권에서 계율에 대한 반성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사분율>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승불교가 부정하고 비판한 것이 부파불교의 권위화, 절대화, 탈대중화, 전문화였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문헌학이 발달하지 않았으며, 정보의 교류가 단절되어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다고 하지만 현대에서까지 아무런 반성과 비판도 없이 수용하는 것은 오히려 불교의 현대화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불교가 지니고 있는 평등정신을 탈각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처럼 전근대적인 사고가 엄연히 불경 안에 기술되어 있으며, 조계종단 안에서는 불문율로 정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것의 부당함이나 모순을 말하기 보다는 오히려 재가 여성 신도들에 대한 부처님의 견해를 살펴보는 것으로 대변하고자 한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재가 여성들에 대해 페미스트에 가까울 정도다. 코살라국의 프라세나지트왕비인 말리카(승만)가 여자 아이로 태어났을 적에 왕은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부처님께서 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대왕이여, 부인이라 할지라도 사실 남자 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지혜가 있고, 계율을 지키며, 시부모를 공경하고, 지아비에게 충실합니다. 그녀가 낳은 자식들이 영웅이 되고, 지상의 주인이 되는 일도 있습니다.”
이상은 장부아함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선생경>에서는 부부간의 윤리가 설해져 있는데 각각 다섯 가지의 의무사항을 말하고 있다. 이 중에서 지아비들은 지어미의 자존심을 세워주어야 하며, 인격적으로 무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동시에 철저하게 일부일처제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불교라는 점에서 성의 사회적 역할은 인정하되 인격적 차별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별역잡아함경> 제12에는 소마비구니와 마왕의 대화가 실려 있는데 당시의 여성관을 알려주고 있다. 마왕이 소마비구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인의 경지는 높고 아득해 오르기 어렵거늘 그대의 어리석은 지혜로 어떻게 얻으려 하는가?” 이에 소마 비구니는 “여자라는 생각 마음에 두지 않고/ 오직 수행에만 뜻을 두어/ 위없는 가르침을 살필 뿐이로다/ 진리에 남녀의 차별이 있다면/ 여자는 얻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진리에는 남녀의 차별이 없으니 어찌 어렵다고 말하리오/ 모든 애착을 끊고 무명의 어둠을 없애버리면/ 번뇌 없는 법에 머물러 열반을 증득하리니/ 파순아, 그대는 나에게 졌음을 알라.”고. 이에 마왕이 항복하고 물러갔다고 경전은 묘사하고 있다.
마왕과 소마비구니의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법에는 남녀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오장설과 비구니팔경계법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이들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은 무엇인가? 엄연히 법에도 남녀의 차별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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