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교육’ 제창
지난 해 7월 11~18일 대만 대북시 화범(華梵)대학에서 제7차 국제불교여성대회(일명 사키야디타) 대회를 주관한 화범대학 이사장 효운(曉雲) 스님. 대만 비구니계의 원로인 효운 스님은 93세의 노구로 행사를 물심양면으로 적극 후원해 찬사를 받았다.
1990년 세계 최초로 불교와 현대 기술교육의 융합을 시도한 화범대학의 설립자인 효운 스님은 불교인재 양성에 깊은 관심을 두고 홍콩에도 불교문화예술학원, 혜해(慧海)중학 등의 학교를 세운 교육계 원로이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수행을 사회로 회향하는 자세가 철저한 대만 비구니계의 상징같은 존재인 효운 스님은 ‘깨달음의 교육(覺之敎育)’을 제창해 왔다.
효운 스님은 그동안 ‘불교 환경교육과 자연세계관’, ‘깨달음의 교육과 생명의 화해’, ‘종교교육이 어떻게 시대의 인심을 선도할 것인가’, ‘부처님의 심리환경교육은 자리이타의 가르침’ 등을 주제로 연구하며 이를 교육현장에서 실현해 왔다. 스님이 말하는 ‘깨달음의 교육’이란 자성(自性) 즉 원융한 본체자리에서 인문정신을 최고도로 발휘하는 교육이었다.
“‘깨달음의 교육’이란 인생의 의미를 깨닫도록 계발시켜, 사람들로 하여금 자비심을 갖게 하고 사람과 만물이 상생(相生)하고 공존함을 체험토록 하는 것이다. 또한 자연교육, 심리교육, 자아교육, 사람 살리는 교육을 통해 타인의 입장에까지 이해가 미치도록 하는 것이다.”(화범문교기금회 창립이념 중)
사람들은 수목과 꽃, 풀들이 땅 위에서 함께 자라는 모습을 보면 상생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우리들 역시 지구라는 대지 위에서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과 부처, 수목과 화초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차이가 있다면, 이는 깨달음의 교육이 인심에 넓고 깊게 스며들지 못했기 때문이란 게 효운 스님의 생각이다.
1912년 중국 광동성(廣東省) 남해(南海)에서 태어난 효운 스님은 사천(四川) 창원(昌員) 노화상을 은사로 출가했다. 어려서 부친으로부터 서화(書畵)를 배운 효운 스님은 ‘영남(嶺南의 여화걸(女畵傑)’로 불릴 정도로 재주가 뛰어나 출가이후에도, 인도에서 고인도 문화와 인도예술을 공부하며 불교예술의 지평을 넓혀갔다. 태국의 예술대학 석좌교수, 중국 문화대학 등의 교수로서 철학과 예술을 강의하기도 한 스님은 수많은 전시회를 열고, 논집과 서화집, 시집 등을 발간해 대만의 불교사상 및 불교예술 교육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효운 스님의 ‘불학 및 예술교육을 통한 인간정토(人間淨土) 구현’의 원력으로 설립된 화범대학은 세계 여성 불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나약한 여성의 몸이지만 씩씩한 정진으로 자신의 수행, 교육, 사회봉사를 쉬지 않고 펼치는 그의 모습은 세계 비구니들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찬사를 얻기에 충분하다.
화범대학 황우체(黃友?) 교수는 효운 스님을 이렇게 평한다. “스님은 숭고한 예술적 조예와 위대한 지혜를 갖춘 분이다. 사람을 멀리한 채 산림에 은둔해 홀로 수행하는데 머물지 않고 저잣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교화하고 제도하는 ‘큰 은둔’을 펼쳤다. 이는 큰 지혜와 자비를 실천한 보살의 길을 보여준 것으로 길이 찬탄받을 만한 일이다.”
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