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정책연구소(이사장 여익구)가 22일 ‘참여불교와 참여정부’란 주제로 제1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다뤄진 주제는 ‘불교의 정치와 사회 참여.’ 이날 논의의 초점인 ‘불교적 가치가 정치적ㆍ사회적으로 변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토론자 대부분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천전문대 윤세원 교수가 ‘연기론적 가치의 정치적 변용과 불교인의 정치참여’를, 중앙승가대 유승무 교수가 ‘한국불교의 사회참여, 왜 그리고 어떻게?’란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편집자>
불교, 정치적·사회적 변용 ‘가능하다’
▧교리훼손, 논리 비약없이 외연 넓혀야
정치와 종교는 윤리적인 영역에서 필연적으로 만난다. 종교조직은 국가가 자체 목적 달성을 위해 제시하는 규범이나 통제 영역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국가는 위정자들의 세계관에 의해 해석된다. 하지만 정교분리의 원칙은 명분과는 달리 애초부터 정치는 종교적 사유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불교적 가치의 유지와 실현을 위해 불교에 배분되어야 할 정당한 몫의 확보차원에서도 불교인의 정치참여는 불가피하다.
불교 가치는 정치적으로 변용도 가능하다. 해탈ㆍ무아ㆍ자비 등이 자유ㆍ평등ㆍ복지란 정치사회적 가치들로 외연이 확장될 수 있다. 교리의 훼손, 논리 비약 없이 그 가치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치참여의 불교적 방법론은 어떨까? 승ㆍ재가를 나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승ㆍ재가 윤리가 전혀 다른 범주의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가 추구하는 상이한 목표에 따라 연기법의 현실 적용방식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승가의 정치참여는 정치적 이상을 일깨우고 교육하는 스승의 역할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재가의 정치참여는 적극적일 수 있다. 교조적인 오계의 해석과 적용보다는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논리의 확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실현의 출발점은 생명존중의 실천이다. 생명 위협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는 법률과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정치에 참여하는 불교인들의 중요한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윤세원(인천전문대 교수)
▧사회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이해 전제
사회참여의 교리적 근거와 사회적 조건부터 따져야 한다. 붓다는 바라문교의 전통과 권위를 근본적으로 부정했다. 사회혁명적 길을 택한 붓다는 그 대답을 연기법과 사성제에서 교리적 근간을 찾았다. 또 다른 표현으로 인간과 사회의 불이적 관계, 개인과 사회적 고통은 상당 부분 연관돼 있다. 때문에 한국불교의 사회참여는 지금 현재 진행 중인 사회현실에 대한 냉철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기존의 정치사회적 원리나 제도적 장치로 사회적 약자가 처한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국 이 두 가지 요인은 사회문제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참여 주체부터 짚어봐야 한다. 원칙적으로 불교의 사회참여 주체는 사부대중이다. 하지만 사회참여가 일종의 집합행위라는 점에서, 한국불교계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단체와 그 구성원 등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참여 영역의 다양화도 요구된다. 북한동포돕기, 환경문제에 국한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는 인류 공동선, 제3세계 빈곤 문제, 외국인 노동자 인권, 마약, 성의 상품화, 낙태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북한주민의 가난과 질병, 탈북자 문제 등도 빠뜨려선 안 된다. 방법론도 개발해야 한다. 일반 사회단체와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그 모델로 인도 독립운동을 주도한 간디의 비폭력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와함께 한국불교의 사회적 고통 해결을 위한 재가자의 활발한 참여 유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유승무(중앙승가대학 포교사회학과 교수)
■ 손혁재(참여연대 운영위원장)=불자 출신 정치인이 몇 명이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정치적ㆍ사회적으로 불교를 구현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불교가 일반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여 지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 백경남(동국대 정외과 교수)=국가의 권위적인 배분에서 불교는 처음부터 소외돼 왔다. 1천만 불자들에 대한 가치분배가 안 됐다는 말이다. 그 정치참여의 대안으로, 불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얻어내야 한다. 시대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야 하며, 현대사회의 흐름을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 차차석(현대불교신문 상임논설위원)=종교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한 현실적 목적과 더불어 대중화를 위한 이론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 불교의 현실참여는 중생에게 평화와 안락을 주는데 있기 때문이다. 승속을 막론하고 참여불교운동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박수호(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원)=불교의 사회참여는 불교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또 전체 시민사회의 지평을 확장하는 한편 불교계 내부의 시민사회, 즉 불교시민사회의 형성을 촉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