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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3자 회담 이후가 중요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책임연구원

2002년 10월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최고조에 이른 당시에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지난 23일 북ㆍ미ㆍ중 3자회담이 열리면서 이러한 우려가 약화되고 있긴 하지만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핵문제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달리던 기차가 잠시 정차해 있을 뿐 궤도 수정이 완전히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핵 문제의 쟁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우선 북한의 우라늄 농축 및 핵무기 개발계획의 실체와 관련된 문제이다. 이는 지난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자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미국은 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로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북한 역시 명징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미국의 강경파는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 왔다. 하지만 조잡한 핵폭발장치의 제조가 가능한 수준까지는 도달해 있지만 기술수준이 초보단계에 불과해 무기화 하는 데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해결 방식도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미국은 선 영구적 핵 폐기, 후 협상을 북한은 선 체제보장, 후 협상의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핵문제 해결과 체제보장을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북미 상호간 불신과 불만의 골이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진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선언 및 국제적 검증과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확약 및 국제적 보장이라 할 수 있다.
회담 방식도 쟁점중의 하나이다. 이제까지 북한은 북ㆍ미간 직접 협상을, 미국은 다자간 협상을 주장해 왔다. 물론 한국 내 일부 여론이 한국이 배제된 3자회담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지만, 전쟁의 공포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상황을 가정했던 최근 우리사회의 우려에 비한다면 3자회담의 개시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3자회담이 한국을 포함한 4자회담(3+한국)으로, 나아가 국제적 보장체제를 위한 6자회담(4+일본ㆍ러시아)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합리적이며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대체하는 포괄협상 및 새로운 합의틀의 모색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북미를 포함한 관련국은 사문화된 제네바 합의를 대체할 새로운 합의틀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북한핵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고 미국의 대북체제 안전보장 방안, 북미ㆍ북일 관계의 정상화, 남북관계 발전, 대북 경제지원,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 등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합의여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 핵문제는 다행스럽게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방향으로 물꼬를 트고 있다. 그러나 행보는 유리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미국 내 대북 입장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고 있으며, 북한 역시 여차하면 튀어나갈 기세이다. 이 같은 조건에서 한국은 북한 핵문제의 쟁점들을 해결하는 충실한 조정자적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대화를 통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만이 한반도 구성원들을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0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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