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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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오장설’의 문제점
“여성은 제석천왕등 5가지 될 수 없다”
경전편집때 힌두의 성차별시각 반영

<증일아함경> 제38권에서는 모니라는 여인이 수기를 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극단적인 발언을 하지만 그럼에도 수기를 줄 수 없으며, 여인의 몸이기에 다음의 다섯 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보장여래의 말씀을 빌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중본기경>, <오분률>, <법화경> 등 많은 경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첫째 여인은 전륜성왕이 될 수 없다. 둘째 제석천왕이 될 수 없다. 셋째 범천왕이 될 수 없다. 넷째 마왕이 될 수 없다. 다섯째 무상도를 성취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의 몸으로는 성취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것을 불교학자들은 성불의 다섯 가지 장애라는 의미에서 오장설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경전에서 오장설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설법을 마치는 것은 적어도 당시에는 오장설이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초일명삼매경>이라는 경전에서는 여자의 몸으로 다섯 가지를 획득할 수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여성이 성불하기 위해서는 다음 생애에 남성의 몸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초일명삼매경>에서는 여인오장설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첫째 용맹하고 욕심이 적으면 제석이 될 수 있는 데 잡스럽고 악독하며 교태가 많기 때문에 제석이 될 수 없다. 둘째 청정행을 받들고 더러움을 없애며, 네 가지 등심(等心)을 수행하고 네 가지 선정을 닦을 것 같으면 범천이 될 수 있는 데 음란하고 방자하며 절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범천이 될 수 없다. 셋째 열 가지 공덕(십선)을 구족하고 삼보를 공경하며, 효도로 양친을 섬기고 장로들에게 겸허하게 순종하면 마왕이 될 수 있는 데 경박하고 불순하며 정법을 훼손하므로 마왕이 될 수 없다. 넷째 숨기는 태도가 84종이며, 청정한 행이 없기 때문에 성스러운 제왕이 될 수 없다. 다섯째 본래의 법인을 깨닫고 일체가 허깨비, 꿈, 그림자 등과 같고, 오온이 본래 없는 것이며, 3취(趣)의 상이 없다고 분별하면 성불할 수 있는 데 색욕에 탐착하고 정이 흐리며, 태도가 솔직하지 못해 신구의 3업이 다르기 때문에 성불할 수 없다.
경전의 설명에 의하면 교태가 많음, 음란하고 절제가 없음, 경박하고 불순함, 잘 숨기고 청정행이 없음, 색욕을 탐닉하고 솔직하지 못하며 행위가 반듯하지 못함 등이 여인이 다섯 가지 장애를 지니게 되는 이유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상의 문제는 여성들에게 공통되는 성질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성이라 할지라도 사람에 따라 혹은 경우에 따라 이상의 성향들을 충분히 가진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상과 같은 경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구니들이 깨달음을 노래하고, 청정한 수행을 했기에 부처님에게 칭찬을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전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여성도 남성과 같이 아라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처님 스스로 아난다에게 말한다. “만약 여인이 여래가 설한 법과 율에 따라 출가한다면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습니까?” “아난다여, 여인이 법과 율에 따라 출가한다면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다.” 이상은 <비구니건도>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오장설을 말하는 경전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결국 어딘가 모르게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숫타니파타>에서는 “태생을 묻지 마라. 행동을 물어라. 불은 실로 모든 장작에서 나온다. 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도 성자로서의 도심이 견고하고, 참괴하는 마음으로 근신하면 고귀한 사람이 된다”고 가르쳤는데 여성이기 때문에 다섯 가지의 장애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단정은 부처님의 사상에 맞지 않는 논리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방대한 불교경전 속에서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고 그 이유를 밝히고자 한 수행자들은 일찍이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말았던 것이다. 또한 인도사회문화의 배경 속에서 여성들이 그러한 문제의 부당함과 부정의함을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킬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점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우선 불교라는 종교문화가 발생하여 성숙하게 되는 터전은 여성들이 경시당하고 있던 힌두사회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더하여 불교교단의 주축인 비구들의 50%이상이 바라문 출신이었다는 점도 불교의 여성관을 이해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힌두 사회의 관습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몰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들었으며, 이러한 사회적 풍조가 불경의 편집과정에서 스며들었다고 할 수 있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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