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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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보살의 가르침과 믿음
선재동자는 그가 만난 첫 번째 선지식인 문수보살에 의해 진리의 세계에 눈을 뜬다. 그리하여 발심을 하고 구도의 길에 들어가 문수보살의 권유에 따라 선지식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선재동자가 이렇게 구도자인 보살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된 것은 그가 문수보살의 가르침에 의해 올바른 신앙을 확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로부터 화엄경의 주석가(注釋家)들은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교화에 의해 보살도의 최초의 수행과정인 ‘믿음의 경지[信位]’를 확립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화엄경이 보살도의 토대가 되는 믿음을 문수보살에 의해 나타내려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을 만나 뵙고 비로소 발심하였다고 하는 것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면 선재동자는 결코 발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발심은 우선 믿음을 전제로 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믿음이 문수보살과 관련해서 설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문수보살은 깨달음의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광명은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는 장애 없는 빛이다. 그러므로 모든 세계에서 진실을 밝히는 기능을 하여, 세계의 참모습[實相]을 밝히고 어리석은 중생의 무명을 깨뜨리는 것이다. 부처님의 광명은 바로 지혜의 광명으로서 중생을 깨닫게 해서 그곳에 깨끗한 믿음을 생기게 한다. 문수보살은 바로 이러한 부처님의 지혜의 작용을 상징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지(大智)문수보살이라 불린다. 그리고 문수보살이 사자를 타고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내는 것은 용맹스럽게 진실을 밝혀서 중생의 무명을 없애준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문수보살의 가르침은 진실된 것으로서 진실에 눈을 뜨게 해주기 때문에 그것을 믿을 수 있게 된다.
모든 종교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성립한다. 그리고 그 믿음이란 대개 초자연적인 능력·기적 등과 관련을 가지거나 신성(神聖)하다고 하는 것과 관계된다.
그러나 불교에서의 믿음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진실된 것, 올바른 것이 믿음의 대상이 된다. 진실하고 존경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믿고, 그 도리를 따름으로 해서 밝은 인생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불교에서의 믿음은 진리에 대한 확신과 의심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한 바른 이해가 뒷받침되어 있다. 깨끗해진 마음에서 나오는 뛰어난 이해력이 진정한 믿음의 내용이 된다. 마음이 맑음으로 해서 진실을 파악할 수 있고, 그 진실이야말로 인간생존의 진정한 귀의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망령되게 믿는다고 하는 그릇된 믿음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불을 지향해 나아가는 수행을 완성해서 여래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여러 가지 선행도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화엄경 현수보살품에서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믿음은 도의 근본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다. 일체의 모든 선법(善法)을 길이 양육하며, 의심의 그물을 끊어버리고, 애욕에서 벗어나게 하며, 열반의 위없는 도를 열어 보인다. 믿음은 혼탁한 때가 없어 마음이 청정하며, 교만함을 없애주고 공경받는 근본이 되며, 또한 진리의 창고에 제일의 재물이 되며, 청정한 손이 되어 여러 행을 받는다. 믿음은 능히 은혜롭게 베풀어 인색하지 않고, 믿음은 환희하여 불법(佛法)에 들어가게 하며, 믿음은 지혜 공덕을 자라게 하며, 믿음은 여래의 경지에 반드시 이르게 한다.”
믿음은 모든 감각기관을 깨끗하고 밝게 하며, 믿음은 견고하여서 파괴할 수 없으며, 믿음은 번뇌의 근본을 길이 멸하며, 믿음은 부처님 공덕으로 향하게 한다. 믿음은 경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환난을 멀리 여의어서 어려움이 없으며, 믿음은 능히 여러 마군의 길을 뛰어넘어 위없는 해탈의 길을 나타내 보인다. 믿음은 썩지 않는 공덕의 종자가 되며, 믿음은 보리(菩提) 나무를 생장시키며, 믿음은 가장 훌륭한 지혜를 더하게 하며, 믿음은 능히 일체 부처님을 나타내 보인다.
이 내용은 깨끗한 믿음의 공덕이 광대함을 설한 것이다. 믿음은 진실로 불도(佛道)의 근본으로서 무한한 공덕을 낳게 하는 것이다. 믿음의 덕에는 보살들의 모든 것이 이미 갖추어져 있어서 보살도를 전개하게 하여 여래의 경지에 반드시 이르게 하는 공덕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선재동자의 구도의 삶도 바로 이러한 믿음에서 피어나온 참 생명의 새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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