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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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출판계의 현주소와 내일
재미, 감동 주는 책 위해 모두 하나될 때

23일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지만 불교 출판사들의 규모와 경영구조는 여전히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불서 발간은 양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대중화의 실패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독서인구는 타종교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불교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경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불교 출판계의 현주소와 내일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전문필자 부족, ‘문서포교’소신 가져야

불교계 출판사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외적인 영향도 크다. 통계상 불교인들의 1년 평균 독서량은 1권도 채 안 된다. 불교인구는 1천만인데 비해 1년에 팔리는 불서는 7백만 부밖에 안 된다. 이는 타종교인의 12분의 1밖에 안 되는 협소한 숫자다.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우선 철저한 선불교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불교 현실에서 일선 포교에 나서는 스님들이 독서를 별로 권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심 포교당에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문자에 집착하는 것은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독서를 별로 중요시 여기지 않고 있다. 출판사들만의 힘으로 현재의 문제들을 극복하기에는 너무 벅찬 현실이다. 사찰도서관 확충이나 종단 차원의 지원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서포교라는 거창한 명예(?) 뒤에는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출판계 외적인 문제이다.
둘째, 필자부족 현상을 꼽을 수 있다. 한문으로 된 전문 특수용어가 많은 불교 교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줄 능력 있는 전문 필자들이 부족하다. 셋째 자격조건이 안 되는 불서의 범람이다. 책을 출간하기 편한 시대에 살아서인지 양적으로는 많이 늘어났지만 질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별로 변한 게 없다. 일반출판과는 달리 필자들은 문서포교라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전하기 위해 진실한 땀방울을 흘러야 할 것이다.
윤창화(민족사 대표)

▧기획·마케팅 부족이 ‘영세’ 탈출장애

불교출판도 전체 출판계의 경향이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불교라는 범주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고, 판매의 주 대상도 불자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포교와 상업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게다가 불교의 이론적 학문적 토대를 이루는 학술서적 시장이 붕괴되고 있고 신행활동과 관련된 서적은 일종의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다. 특히 경전류는 주요 경전 몇 권을 제외하고는 판매를 보장받기 어렵다. 흔히 불교출판사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 기획력과 마케팅의 역량 부족을 꼽는다. 실제로 불교계 출판사에서 기획만을 담당하는 인력은 전무하다. 마케팅도 주로 서점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이 하는데 그것도 규모가 큰 몇몇 출판사에만 있어 마케팅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지도, 발빠르게 정보를 얻어 이용하지도,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도, 광고를 포함한 광범위한 홍보를 하거나 이벤트를 마련하지도, 세련되고 탐나는 편집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규모의 영세성과 경영 마인드의 부재가 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속히 이 문제를 타파해 나가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함께 합병과 같은 과정을 통해 인재와 자본을 결집시키고, 경영마인드를 갖춘 전문인에게 운영을 맡기는 것도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시열(운주사 사장)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불서 만들어야

불교 출판물, 불서의 대중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만큼 불교 출판계가 체계적으로 발전해 오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선 불교 출판물의 대중화란 개념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불교출판물이 종교 서적으로 분류되어 특별한 취급을 받는한 대중화는 어렵다. 불교 출판물의 수요자가 불자들만으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국민이 즐겨 읽을 수 있는 불서를 펴내는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 나는 이 문제를 먼저 풀면 모든 답이 저절로 나온다고 본다.
불교 책은 어렵다는 인식을 깨는 데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쉽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면 조잡해지기 일쑤다. 불서는 진리에 대한 감동과 삶의 영양분이 묻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들의 노력과 출판사의 기획이 절대적이다. 작가의 노력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손을 뗄 수 없이 이야기를 전개해 깊은 진리의 향기를 전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출판사의 기획은 시대의 흐름과 세대별 계층별 문화적 속성, 사회 문화의 변화 등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상품 만들기’로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책, 감동과 가르침을 주는 책은 반드시 읽힌다. 불서야말로 그런 책의 속성에 가장 근접해 있다. 불서의 대중화, 그 열쇠는 바로 ‘재미’와 ‘감동’이다.
김동숙(우리출판사 전무)
200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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