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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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뿔
홍콩 배우 장국영에 이어 또 한 사람이 목숨을 끊었다. 어느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이 기간제 교사의 처우 문제로 전교조 교사와 대립하다가 그들의 협박에 못 이겨 자살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이다. 그리고는 교권을 우롱하는 선생님들의 수업에 아이를 보낼 수 없다는 부모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선재는 보도의 주어와 목적어를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교장선생님의 협박에 못 이겨 선생님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교장선생님이 자살하였다는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후 정황만으로 ‘추측’하는 내용만 넘친다. 그 분이 왜 자살했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선재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식으로 하면 없었던 일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토기 뿔이나 거북이 털도 만들어낼 수 있겠다. 토끼 뿔이나 거북이 털은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일에 대한 비유이다. <수능엄경>에서는 “중생의 분별된 소견으로 보여진 것은 토끼 뿔 같으니 분별이란 미혹이어서 새가 아지랑이를 사랑하는 것과 같다. 허망하게 법을 분별하고 그에 의해서 분별하는 소견이다. 인연과 분별은 없는 것이니 인이 없으므로 분별하지 않아야 한다.”며 세상을 잘못 보지 못하도록 경계시킨다. <금강삼매경> 역시 “법은 하나로 존재한다고 말하면 털 바퀴 같고 아지랑이를 물로 보는 것처럼 잘못된 것이어서 모두가 허망한 것이다. 만일 법이 없다고 본다면 장님이 해 없다며 넘어지는 것과 같고 설법 역시 거북 털 같으리라.”며 잘못된 견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있지도 않은 토끼 뿔 이야기를 꺼내면 그것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고 그것을 확인하려고 괜한 토끼만 잡는 수가 있다. 토끼 뿔 이야기의 위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
200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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