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여성 폄하·차별내용 가득
당시 풍조 불교에 자연스레 스며
기원전 3백년경 당시 인도 마가다국의 수도였던 파탈리푸트라에 주재하고 있던 그리스인 메가스데네스는 당시 인도의 풍속을 기술하는 가운데 인도의 부녀자들이 ‘정절을 중시하지 않았으며, 쉽게 매춘을 한다’고 술회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사따빠타 브라흐마나> 등에서도 빈번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후기 베다시대(기원전800-500년경)에 여성의 도덕의식이 그다지 높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우파니사드 철학자의 대표적인 사람인 야쥬나왈캬는 “처가 정절이 있는지 없는지 누가 알 수 있으리오”라는 자조적인 말을 남기고 있다. <마하바라따>라는 책에도 여성들이 성적으로 매우 자유롭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기풍에 족쇄를 채운 것은 바라문교였다는 사실이 리투가마나의 규정으로 알 수 있다. 이 규정은 다른 사람의 처와 간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규정을 제정하게 된 이유는 바라문교의 지도자들이 당시의 자유스러운 성 풍조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성위주의 종교적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었던 바라문교에서는 시세의 움직임에 민간하게 반응하여, 자신들의 교설을 확대하고 종교적 권위를 지키기 위해 남성위주의 세계관에 입각한 규정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베다시대에는 대부분의 축제나 종교의식이 여성들에게 개방되어 있었다. 특히 가정에서의 제사는 여성들의 참여 없이는 집행되지 않았다. 베다 초기에 부부는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했으며, 소녀들은 소년들과 같은 종류의 교육을 받았다. 이 시대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다는 것은 신들 중에 여신이 많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더위의 여신인 우샤스, 밤의 여신인 라뜨리, 강의 여신인 사라스와띠, 대지의 여신인 쁘리티위 등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 이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여신은 더위의 여신인 우사스였다. 리그베다 안에서 우사스를 찬미하는 노래가 20편이나 되며, 이 책 전편에 걸쳐 3백여회나 이름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리그베다 최고의 여신인 우사스도 후기베다시대가 되면 등장회수가 드물어진다. 브라흐마나 문헌에서 창조주인 쁘라쟈빠띠와 그의 딸인 우사스가 통정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부녀상간(父女相姦)의 신화는 이란의 창조신화에 등장하는 근친결혼의 풍속에서 연유하며, 이러한 신화의 전파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몰락하고 있었음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후 브라흐마나 문헌은 여성을 철저하게 폄하하고 있다. <마하바라타>에 의하면 여성은 본질적으로 사악하며, 정신적으로는 오염되어 있다고 본다. 여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위가 오염된다고 하며, 그런 점에서 여성은 해탈을 방해하는 사악한 마구니다. 여성은 자신을 제어할 수 없으며, 제사에는 부정한 존재들이다. 여성들은 정의롭지 못한 밀통에 눈을 반짝이며, 내심으로는 까다롭고 혹독하며, 사려분별이 부족하다. 벌레도 죽이지 못할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그 배후에는 정욕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으니 여성의 성욕은 만족할 줄 모른다. 등등 여성을 폄하하는 내용으로 넘쳐나고 있다.
여성을 멸시하는 내용은 마누법전에 이르면 극에 달한다. “여성을 죽이는 것은 곡물이나 가축을 훔치는 일이나 술 취한 여자를 강간하는 일과 같다. 아주 작은 죄일 뿐이다”. 이외에도 “여성은 항상 독립해서는 안 된다”거나 “여자는 본래 성품이 사악하다” 등으로 폄하하며, 나아가 “베다를 독송할 수 없다”든가 “제사를 지낼 수 없다” 등의 차별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재산의 소유나 유산의 상속 등이 제한되었는데 이후에 등장하는 다른 법전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표현한다. 힌두사회에서 여성의 종속적 지위는 힌두법전에 이르러 완전히 확정되기에 이른다.
<힌두법전>에서는 여성의 존재 이유에 대해 ‘조상과 신들에 대한 종교적 의무를 영원토록 계승하기 위해 사내아이를 생산하는 일’이라 말한다. 대표적으로 <나라다법전>에서는 “여성은 자손을 생산하기 위해 창조되었다. 따라서 아내는 밭이고, 남편은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다. 밭은 씨앗을 지닌 사람에게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힌두교의 여러 법전들은 임신하기 좋은 시기에 아내와 동침해야 한다는 종교적 의무를 강조하기도 한다.
이렇게 고대 인도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리그베다시대 이후 점차 낮아지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바로 아리안문화의 정착과 동시에 인도사회에 뿌리내리는 브라만교 내지 힌두교의 남성위주의 문화적 풍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풍조가 불교의 발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