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불교의사회화에 헌신
“점점 커지는 동심원 속에서 나는 살아가네. 그 원은 온 세상에 닿아있네.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마지막 원에 나는 전 존재를 바친다네.”(<넓어지는 동심원> 중에서)
불교생태학의 토대를 일군 미국의 조애나 메이시(74·Joanna Macy)는 수행자이자 심층 생태학자, 사회운동가로서 현재도 정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의 자서전 <넓어지는 동심원(Widening Circles)>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이 얻은 하나의 마음을 온 세계로 회향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저술과 강연을 쉬지 않고 있다.
1929년 LA에서 태어난 메이시는 대학시절 다양한 사회운동을 경험한 탓으로 평생 불교의 사회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64년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난민을 돕던 그녀는 티베트불교를 접하게 된다. 돋보이는 인품과 덕행으로 불교의 정수를 전해주던 프레다 베디(Freda Bedi)가 첫 번째 스승이었다.
이 무렵 그녀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던 중 ‘나’라고 집착하던 것이 본래 없다는 ’무아(無我)’를 체험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이 내가 이전에 생각해왔던 방식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해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나 자신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늘 존재한다고 믿었던 나라는 것이 인습이고 허구임을 인식하게 되었다.”(<넓어지는 동심원> 중에서)
메이시는 이후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선불교를 배웠으며, 티베트의 쵸갈 린포체(Choegal Rinpoche)로부터 밀교를 사사받는 등 특정 종파에 상관없이 다양한 수행을 접하면서, 그 깨달음을 사회로 회향하기 시작한다. 메이시의 불교사회운동의 서막은 78년 아이켓 선사와 함께 불교평화우의회를 설립한 일이다.(현재는 자문위원)
이 해 메이시는 시라쿠스 대학에서 연기론과 심층생태학을 접목한 논문 <연기법과 시스템이론>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불교생명운동의 이론적 근거를 확립하기 위해서였다. 이로부터 그는 전세계를 무대로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강연과 워크숍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이듬해 그는 아리야라뜨네 박사가 이끄는 사르보다야 운동을 배우기 위해 포드재단의 기금을 받아 스리랑카로 떠난다. 1년간의 현장 체험은 <다르마의 개발 : 사르보다야 운동에서 보이는 자원으로서의 종교>란 역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론과 실천을 병행하기 위한 메이시의 노력은 일명 ‘사회적 신비주의’라고 불리는 ‘모든 존재들의 의회’를 제창하게 했다. 이를 테면 인간이 산에 무엇인가를 하려면 그 산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과 산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용과 파괴를 해왔던 인간의 행위를 반성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명운동을 강조한 우화적 이론이었다.
메이시는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이 세상을 ‘나의 연인’ 또는 ‘나 자신’으로 보자고 역설한다. 이 세상을 선악의 대결장으로 보고, 자신이 선(善)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한 오만불손한 공격성에 쉽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계속)
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