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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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출가
부처님 과연 여성을 천시했을까
어려운 출가수행생활 염려한 것

어느 날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의 한 명으로서 재기발랄한 아난다가 부처님과 다음과 같은 문답을 한다. “세존이시여, 여성은 아라한이 될 수 없습니까?” “그렇지 않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아라한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습니까?” “여성은 장애가 많기 때문이니라” “설혹 장애가 있다하더라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출가를 허락하는 것이 평등법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아닙니까?”
기록에 의하면 부처님의 양모인 마하파자파티는 부처님의 아버지인 정반왕이 죽자 출가를 결심하고 부처님께 출가시켜 달라고 간청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여성의 몸으로 출가하는 것은 장애가 많기 때문에 곤란하다며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처님의 사촌 동생이자, 출가해서는 평생 부처님을 시봉한 아난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아난다가 이상의 질문을 통해 부처님을 설득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필자도 몇 년 전인가 동국대학에서 강의하던 중 어느 여학생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바가 있다. 화학과 여학생으로 기억되는데 자기는 불교를 결단코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불교관련 책을 읽다가 ‘차라리 불구덩이에 남근을 넣을지언정 여성에게 넣어서는 파멸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구절을 읽다가 모멸감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을 폄하하고 차별하는 종교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여학생의 항변이었다. 물론 그것은 계율을 엄수하라는 의미에서 그처럼 강하게 표현된 것일 뿐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했지만 기실 불교문헌 안에는 여성을 차별하는 내용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여성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정말 부처님께선 여성을 남성 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 필자는 결단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부처님께서는 계급의 차별을 부정하고, 그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는데 그러한 사안 보다 훨씬 가벼운 성차별을 인정하셨을까 하는 점이다. 또한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고 여성도 남성과 동일하게 아라한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 때문이다.
기실 당시 인도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열악했다. 바라문교의 사상은 여성을 매우 천시하는 사회적 풍조를 만연시키고 있었다. 또한 출가자는 닭소리나 개짓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 속에 거주해야 했다. 이것은 인가를 멀리해야 하는 일이었다. 거기다 지붕이 있는 집에서 잠을 자서도 안 되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장애를 극복하고 여성이 출가하여 수행생활을 한다는 것은 정말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출가에 대해 망서렸던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마하파자파티가 처음 여성의 몸으로 출가한 이래 많은 여성들이 출가하여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감회를 노래하고 있다. 흔히 <장로니게>로 알려진 경전이 바로 이것이다. 또한 <증일아함경>권3 비구니품에는 수행을 통해 일가를 이룬 비구니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이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각 방면에 뛰어난 여러 명의 비구니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즉 국왕의 존경을 받은 비구니로 마하파자파티를 거명한다. 지혜롭고 총명한 비구니는 케마며, 신족통이 뛰어나서 모든 신들을 감동시킨 비구니는 우발화색(일명 연화색)이다. 두타행이 뛰어난 비구니는 키사고타미이며, 천안통이 뛰어난 비구니는 사쿨라이다. 선정에 들어가 마음이 흩어지지 않는 비구니는 사마며, 이치를 분별해 널리 도를 펼친 비구니는 파두란사나이다. 계율을 지켜 범하지 않은 비구니는 파타차라이며, 믿음의 해탈을 얻어 다시는 퇴보하지 않는 경지 올라간 비구니는 캇차야나요, 네 가지의 변재를 얻어 두려움이 없는 비구니는 최승이다. 자기 전생의 수없는 시간을 아는 비구니는 밧타카필리안이요, 얼굴이 단정하여 남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비구니는 혜마사이다. 외도를 항복시켜 정법을 세운 비구니는 소나며, 이치를 분별하여 가닥을 잘 설명한 비구니는 담마딘나다. 더러운 옷을 입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은 비구니는 우다라이며,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그 마음이 한결같은 비구니는 광명이다. 의복을 항상 정갈하게 하여 법다운 비구니는 선두이며, 여러 가지를 의론하되 걸림이 없는 비구니는 단나다. 게송을 잘 지어 여래의 공덕을 찬탄한 비구니는 천여며, 많이 듣고 두루 알며 사랑과 지혜로 아랫사람을 맞이한 비구니는 구비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출가자들도 여법하게 수행하여 다양한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수행과 깨달음의 즐거움 속에서 비구들과 다름없이 불교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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