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 삶 속에서 실천” 강조
성일 법사의 스승 구산 선사(송광사 조계총림 초대방장)는 항상 문호를 개방하여 누구든 만났고, 한결같이 ‘이뭣고’ 화두로써 법문의 화제로 삼았다. 모든 이가 불성을 일깨울 수 있다는 대신심을 행동으로 보여주었으며 많은 붓글씨로써 대중에게 불연을 맺게 했다.
이러한 구산 선사의 중생교화 원력은 불교의 육(六)바라밀에서 따온 ‘칠바라밀의 생활불교’에서 엿볼 수 있었다. 송광사의 달력에는 ‘월요일은 베푸는 날, 화요일은 올바른 날, 수요일은 참는 날, 목요일은 힘쓰는 날, 금요일은 안정의 날, 토요일은 슬기의 날, 일요일은 봉사의 날’로 정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성일 법사는 오랫동안 지녀온 습기로 인해 우리가 스스로 한계를 만든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스승이 설한 두 가지 일화를 그의 저서 <선의 원리>에서 자주 인용했다.
“첫째는 개구리의 등에 업혀가는 전갈이 강 한복판에서 개구리를 물어 개구리와 전갈이 다 죽게 되는 경우이다. 전갈은 개구리에게 물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지만 오랫동안 반복했던 습성을 참을 길 없어 개구리를 물고 말았던 것이다. 둘째는 코코넛 구멍 속에 들어있는 먹을 것을 움켜쥔 원숭이 이야기다. 먹이를 포기하고 놓아버리면 손이 빠져 나올텐데 그것을 놓지 못해서 결국 잡히고 만다.”
성일 법사는 고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계율, 선정, 지혜 등 삼학(三學)을 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구니 위상이 높은 한국에서 수행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삶속에서 참선을 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 자유를 얻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녀가 참선 수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심리치료를 병행해 불자들을 가르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마음을 주로 다루는 분야가 심리학과 심리치료이다. 따라서 참선과 공통점이 많은 방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심리치료가 종국에는 자기 중심적이고 개인적이 되기 쉬운 반면, 참선은 세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는 것이 성일 법사의 판단이다.
성일 법사가 남편 스티븐 배철러와 몇몇 재가 법사들과 함께 운영중인 영국의 가이아 하우스 명상원에서는 단체 또는 홀로 수행이 모두 가능하다. ‘은자의 집’에서는 원하는 기간만큼 홀로 명상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샤르팸 하우스 내에 1년 과정의 불교교양대학을 만들고 기숙사도 갖추어 놓았다.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불교 명상을 가르치는 샤르팸의 교육과정에는 심리치료, 서양종교, 서양철학, 요가도 포함되어 있다.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들은 명상 외에도 정원에서 일하거나 사회봉사를 경험하는 과정도 마련해 놓았다.
“무언가 정신없이 바쁠 때도 우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사랑과 자비를 줄 수 있을까?”
이것이 성일 법사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다.
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