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위상 강화 더이상 미룰수 없다

새 정부 들어 문화재관련 기관의 위상 강화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미 1급에서 차관으로 격상됐고, 현재 1급청인 문화재청을 차관급 청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정부조직법 중 개정 법률안’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돼 법안 심사(17~22일)를 기다리고 있다. 문화재청 위상 강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임은 학계와 시민단체뿐 아니라 불교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문제. 그 필요성과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없는지 들어봤다.
<편집자>

▧행정체계 일원화와 함께 진행돼야

조계종단의 문화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입장에서 문화재청의 차관청 승격에 관한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어 기쁘기 그지없다. 국가 다음으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종단으로서는 적극 환영하며 이러한 움직임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실 8천여 건의 지정문화재와 몇 십 배나 되는 비지정 문화재 전체를 1급 기관인 문화재청의 200여명 남짓한 중앙조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부조직이래야 각 지자체의 몇 안 되는 행정공무원이 다 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차관청 승격은 국가 문화재관리시스템의 개선이라는 보다 큰 틀 아래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문화재라는 하나의 대상을 놓고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두 기관이 전혀 별개의 조직으로 운용되고 있다.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상호 보완해야 할 조직임에도 제도 자체가 이를 막고 있어 인력 교류의 불가능, 사업의 중복, 지방박물관과 지방문화재연구소의 활용도 저하 등의 문제가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조계종단은 문화재청의 차관청 승격뿐 아니라 문화재관련 기관의 행정체계 일원화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기관이 상위기관이 되어야 한다거나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니다. 효율적 문화재관리를 위한 행정체계를 정비하자는 것이다. 탁연 스님(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청 승격에도 조직·인원 축소, 업무 증가

그 동안 문화유산 관리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작은 정부’ 방침에 따라 실현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의 대선공약에 이어 구체적인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됨으로써 문화재청의 차관급 승격이 그 어느 때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99년 5월 문화재관리국이 현재의 문화재청으로 승격되었으나 실제 관리조직이나 인원은 오히려 축소되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중 유일한 2국 체제, 1급 기관이기 때문에 겪는 타 기관과의 사전 협의·조정기능 제약, 전문행정인력 절대 부족 등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하여 5만여 점에 이르는 불교문화재의 보호, 도난·도굴 감시 등의 업무는 물론이고 문화재 현장감시시스템 정착, 보호가치 있는 문화유산의 적극적인 조사·발굴, 문화재의 활용 및 관광자원화 등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과제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전통문화는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역동적인 힘이 되어야 한다. 그 동안 경제개발 우선정책으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전통문화의 위치를 되찾기 위해서는 문화유산 보존관리 총괄기관인 문화재청의 위상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이춘근(문화재청 문화재기획과장)

▧명칭 ‘문화유산청’으로 변경할 필요
최근 1급청인 문화재청의 위상을 차관급으로 강화하는 문제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실 가장 소중하게 다뤄져야 할 전통문화가 경제논리, 개발논리에 밀려 주요 국가정책의 외곽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각 계에서도 대부분 문화재청의 차관급 승격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안고 있다. 그러나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직재 상향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차관급에 상응하는 실·국의 확대가 뒤따라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되어오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만 사용하고 있는 재화의 좁은 개념인 ‘문화재’를, 보다 넓은 의미의 ‘문화유산’으로 개념을 확대해야 하며 청의 명칭도 ‘문화유산청’으로 변경하여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참여 정부’다. 그 동안 문화유산의 연구와 관리정책은 전문가와 행정가들이 독점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방어적이고 수동적이었던 문화유산계도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그 첫번째로 문화재위원회의 각 분과(6개 분과)와 신설되는 제도분과에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인사의 참여를 보장해서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문화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전통문화유산의 효율적 관리와 보존, 관리를 위해 새로 출범할 ‘문화유산청’은 전문직이 정책 결정의 중요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