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불자 키우는 일에 솔선
이상적 도심포교당 플랜 ‘눈길’

전북 내장산에서 출가한 나는 항상 대중들이 많은 큰 절에서 살고 싶은 것이 꿈이었다. 그 생각이 헛되지 않았던지 공군법사를 마치고 우여곡절의 사연을 거친 후 통도사승가대학에 방부를 들일 수 있었다. 드디어 불보종찰 통도사에서 살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그때의 기분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그 덕에 신심을 내서 열심히 큰 절 생활을 했다.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웠고 마침내 환희심으로 통도사승가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통도사에 살기까지는 대학 도반인 우진 스님의 도움이 컸다. 그렇게 통도사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는데 더 큰 행운은 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찾아왔다. 타 문중인 나를 통도사의 종무소에 살수 있도록 직접적인 인연을 맺어준 스님이 바로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마산 정법사 주지 지태스님이다.
내가 통도사 승가대학 대교반일 때 지태스님은 교무국장 소임을 맡았다. 그리고 나를 교무과장으로 같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지태스님은 동국대학교 석림회로는 2년 후배이다. 물론 법랍으로는 당연히 월등한 선배이지만 말이다. 당시에는 학년 간에 규율이 엄격하고 학년 지상주의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입장에서는 그러한 제의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나 무슨 인연인지 흔쾌히 받아들였다. 막상 종무소 소임을 시작하면서 편안하지 못한 무언가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학교 다닐 때와는 뒤바뀐 상황에 대한 부적응이라고 생각되는데 다소 어정쩡한 입장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에 대한 이런저런 과거의 기억을 접고 현재만을 생각하자고 제의했고 서로 그것이 공감이 되어 비로소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오직 현재의 주어진 소임에만 전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소임을 보면서 지태스님은 역시 법랍이 많은 선배로서 소소한 것에서부터 큰 일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었다. 특히나 표시나지 않게 관심 가져주는 인격적인 배려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매사에 사려 깊고 전체적인 판단을 통해 일러주는 조언은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은 역시 하는 사람이 하는가 보다. 내가 먼저 통도사 부산 포교원으로 주지소임을 나가고, 지태스님은 마산 포교당 정법사 주지로 가게 되었는데, 본사에서의 소임이나 석림회 때의 일처리 경험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마산 불교계와 정법사의 면모를 확연히 바꿔 놓은 것이다. 지태스님은 현재 운영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4곳이다. 본래 마산 정법사에 있는 것에서부터 창원의 두 곳을 비롯해 진해에 이르기까지 어린 불자를 키우는 일에는 과감한 투자를 하는것이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상식과 경제논리를 넘은, 포교 일념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이다. 거기다가 무료급식을 하는 데에도 하는 척만 하는것이 아니라 진짜 정성껏 최선을 다한다. 왜냐하면 매일 매일 계산적으로 따지지 않고 오직 그냥 하기 때문이다. 무료급식을 한다고 폼만 잡아본 경험으로 볼 때 더욱 절실히 느끼는 부분이다.
작년에 정법사에서 스님과 점심공양을 같이 한 적이 있다. 그때 주변의 집들을 인수해서 법회와 문화, 복지 등을 아우르는 건물을 건립해 포교당의 품격을 높이고 도심속 사찰의 현대적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들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적절한 모습이라는 생각에 마음속으로부터의 존경이 일었다. 이처럼 모든 소임자가 자신의 영역을 발전시켜 나아간다면 불교의 미래는 희망만이 존재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정법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중 재정 공개와 신도들이 참여하는 투명한 재정관리는 특히나 공감이 가는 일이다. 그것이 해보면 오히려 마음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놓으면 잡히는데 놓지 못하니까 잡는 것도 없는 것이 사찰재정의 현주소이기에 더욱 그렇다.
돌이켜 보면 어느새 지태스님과의 각별한 인연도 강산의 변화를 느낄 만큼 세월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잔잔한 관심으로 항상 함께해온 지태스님과의 인연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더없이 소중하다. 도심이라는 다소 삭막한 공간에서 당당한 소신과 커다란 원력으로 이루어온 스님의 포교감각에 크게 공감하면서, 계획한 모든 일들이 뜻과 같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사)한나래 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