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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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의 유아론적 해석
안팎의 동작·법신을 ‘性’으로 파악
‘견성·불성·마음’에 유아론적 성격

대승불교의 수많은 경전 중에서 초기반야사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전이 <도행반야경>과 <금강반야경>이다. 이중에서 <금강반야경>을 줄여서 <금강경>이라 부른다.
<금강경>의 특징은 공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공사상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점이다. 공사상을 무집착, 무소유, 무소득, 무주(無住), 무상 등으로 말하고 있다. 일체의 사고나 행동을 무소득에 입각하여 행한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종교적 행복이나 우주의 진실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강경>의 핵심은 6바라밀을 실천하되 네 가지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경전의 범어명인 바주라 체디카는 ‘청천벽력같은 지혜로 인간들의 일체 집착과 무지를 잘라버린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것은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며, 일체의 모든 관념이나 습관, 문화적 관성 등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금강경>은 경전이 지니고 있는 이상과 같은 정신이나 경전의 간결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 의해 중국에 전역되었다. 특히 요진의 구마라집에 의해 402년에 번역된 <금강반야바라밀경>이 소개되자 많은 불교도들에 의해 애독되었다.
<금강경>에 대한 주석서는 많은 사람들이 남기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남아 있는 많은 주석서들은 주석자의 사상적 지평에 따라 각각 특색 있는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국선종사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육조혜능스님의 주석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육조 혜능에 의해 <금강경>이 남종선의 소의경전으로 추앙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 대한 스님의 주석은 그의 사상적 편린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전개되는 선사상의 본질을 분석해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금강경>에 대한 육조스님의 주석 중에서 특별히 우리들이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스님이 이 책을 유아론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법회인유분에서 여시아문(如是我聞)을 풀이하면서 아(我)에 대해 “아는 성(性)이다. 성이 곧 아다. 안과 밖의 동작이 모두 성(性)으로 말미암는데 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들으므로 내가 들었노라”고 한다고 풀이한다. 물론 여기서 이렇게 들었다고 하는 주체는 역사적으로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의 한명인 아난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난이 부처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경전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500명의 비구들 앞에서 기억해 암송했기 때문에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경전의 시작은 여시아문이란 문구로 시작한다. 그런데 육조스님은 그것을 성이란 개념을 대입하여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성(性)은 성품을 의미하는 것도 되지만 사물의 본질적인 바탕이란 의미가 있다. 따라서 아를 근원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성이란 개념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성이란 개념은 매우 중국적인 개념인데, 이 우주와 사물에 편재해 있으면서도 시공을 초월해 존재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과 밖이란 공간과 동작이라는 시간이 모두 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여리실견분에서 신상(身相)을 해석하면서 두 가지로 구분한다. 즉 신상에는 유상(有相)과 무상(無相)이 있다는 것이다. 유상은 물질적인 색신(色身)을, 무상은 형체가 없는 법신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법신에 대한 육조스님의 해석이다. 육조스님은 법신을 형체도 없고, 나눌 수도 없으며,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지혜의 눈으로는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공간적으로는 허공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한다. 또한 법신을 성(性)으로 규정하고, 일체의 선악이 법신에 의지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법신이 있기에 일체의 중생은 동일한 진성(眞性:참다운 성품=불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을 수 있으며, 그것은 속성이 본래청정하고, 간지스강의 모래와 같이 무수히 많은 미묘한 작용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육조스님의 이상과 같은 해석은 지극히 중국적이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적 교양을 받은 중국인이기에 부지불식간에 중국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만드는 태극의 개념, 일체의 존재나 시공을 초월하는 도, 만물의 존재 이전에 존재한다고 보는 무(無)와 같은 사유체계 속에서 성이란 용어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힌두교적인 범(梵)의 영향을 받지 않았음에도 중국 전통의 성이란 개념은 유아론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중국 선종의 사상 속에서 유아론적인 영향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견성, 불성, 마음, 일심 등에 대한 선장들의 해석 속에 유아론적 성격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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