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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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 법사 (上)
세계에 한국 선불교 전파

“붙잡는 것은 쓸 데 없고, 거절은 고통스런 일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다루듯 가볍고도 친절하게 (마음을) 돌보세요. 너무 느슨하지도, 꼭 조이지도 말고...”(‘깨달음을 향한 느긋한 안내’ 중에서)
성일(Martine Batchelor) 법사는 1953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사회주의 사상에 매료돼 학생운동을 하다가 18세 때 우연히 <법구경>을 접했는데, 그것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킬 줄 모르는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는 가르침에 충격을 받았던 것.
“나의 분노도 다스릴 줄 모르는 내가 어떻게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을까?”
그녀는 나름대로 명상을 배우다가 21세에 아시아로 여행을 다니던 중 태국에 잠시 머물다 한국의 한 비구니 스님을 만났다. 참선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74년 무조건 한국으로 왔다. 그러나 그녀가 출가를 결심한 것은 1년 뒤였다. 한 보살이 “남편과 애들이 없어 자유로울 때 출가의 길을 걸어보라”는 권유에 수긍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드디어 75년 출가해 마르티네라는 이름을 버리고 ‘성일’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송광사에서 하루 10시간의 참선을 하며 선종을 공부한 성일 법사는 송광사 조계총림 초대방장 구산(1909~1983년) 선사의 자상한 가르침을 받을 때가 가장 완벽한 수행의 시기였다고 회고한다.
구산 선사는 희미해져가던 호남지방의 불교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고려 보조국사 이래 연면히 계승되어온 송광사 승보도량의 면모를 새롭게 확립한 선지식이었다. 구산 선사의 지도아래 참선과 경전 공부에 밤낮없이 정진 한 덕에 그녀는 5년만에 한글과 한문을 읽게 되었고 통역까지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하게 되었다. 85년까지 송광사에서 공부하고 대만과 일본 비구니 사원에서 참선하기도 했다.
81년 구산 선사의 통역을 맡은 성일 스님은 미국과 유럽으로 전법여행에 나선 구산 선사를 동행하기도 했다. 구산 선사는 1982년(당시 74세) 제3차 미주순방 끝에 유럽쪽으로 발길을 돌려 7월에 스위스 제네바에 불승사를 개원하고 10월에는 미국 카멜에 대각사를 개원하기에 이른다. 스님은 70노구를 이끌고 동분서주,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펼치기위해 과로를 무릅쓰고 헌신한 결과, 송광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제선원을 개설하여 한국불교를 해외에 알리는 창구 기능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성일 스님은 구산 선사의 저서인 <한국의 선불교(The Way of Korean Zen)>를 번역했으며, 한국 비구니 수좌들에 대한 적지 않은 기록물을 남겼다.
그러나 성일 법사는 85년 환속, 송광사에서 함께 공부하던 스티븐 배철러(법천, Stephen Batchelor)와 유럽으로 돌아와 결혼했다. 영국 드본시에서 6년간 샤르팸 재가불자회 멤버로 활동한 그녀는 영국의 가이아 하우스와 여러 불교단체에서 강연하거나 불교 상담가로 활약했다. 그녀는 또한 종교간 대화에도 깊이 관여했으며, 최근까지도 그녀는 국제종교문학협회 고문으로 활동했다.
92년 <불교와 생태학(Buddhism and Ecology)>을, 96년에는 2001년 <여성 불교 입문(A Women's Guide to Buddhism)>으로 재발간된 <연꽃 밟으며 걷기(Walking on Lotus Flowers)>를 출간했다. 또 <선의 원리(Principles of Zen)>, <명상의 삶(Mediation for Life)>를 썼다.
현재 성일 법사는 프랑스를 거점으로 남편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명상 수련회를 갖고 있다.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를 말하고 한자를 읽을 수 있는 그녀는 많은 잡지에 한국의 선차와 여성 불교, 불교와 생태학, 사찰 음식 등에 대해 기고하고 있다. 관심 분야는 일상 생활 속 명상, 불교와 사회적 행위, 종교와 여성문제, 참선과 선종사, 역사와 전설 등 광범위하다.(계속) 김재경 기자
200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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