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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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
2003년 3월 20일은 이제 특별한 의미를 갖는 날이 되었다. 20세기를 마무리하던 1991년 1월 17일에 이어 21세기가 되어도 세상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날이고, 세계를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독선을 또 한 번 입증하는 날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승리를 하고 국내의 불황을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는 생각은 어쩌면 그렇게도 부전자전인지, 선재는 그것이 ‘조지’라는 이름까지 똑같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12년 전에는 28개국이나 미국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이번에는 두 손을 채우기 힘든 만큼의 숫자이다.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만큼 정확해진(?) 공습의 이름이 ‘충격과 공포’라고 한다. ‘이라크의 자유’와 ‘충격과 공포’라, 이게 아귀가 맞는 말이기는 하나?
전 세계가 미국의 움직임을 반대하고 국내에서도 만만치 않게 반전 여론이 일고 있는데도 그 어느 나라보다 먼저 지지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를 보며 선재는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올랐다. 좋은 것은 배우기 힘들지만 나쁜 것은 쉽게 배운다는 경책이었다. 힘 있는 나라가 남의 나라의 자유를 위하기는 힘들지만 ‘충격과 공포’를 만들기는 쉽다는 것을 배운다. 정말 선우(善友)를 만나는 일이 너무 어렵다.

살생하는 이를 가까이 하면 살생을 배우고, 도둑질하는 이를 가까이 하면 도둑질을 배운다. 이런 것들을 악행이라 하니 이에 비추어 친구를 택할지니라.
<사리불아비담론>
좋은 벗이란, 상대방의 잘못을 일깨워 주고, 좋은 일을 보면 마음 속 깊이 기뻐하며, 괴로움에 처했을 때 서로 버리지 않는 사람이다. <인과경>
일체중생은 본래 불성이 있으나 선지식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까닭에 삼독에 물들게 되느니라. <열반경>

모두 다 반대하는데 우리가 나서서 지지했으니 정작 우리가 어려우면 누가 우리의 선우(善友)가 되어 줄까?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
200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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