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단체종목 30% 원형훼손
‘무형문화재 단체 종목’ 56개 중 약 30%가 원형이 훼손되거나 체계적인 분류를 거치지 않은 채 지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역사민속학회(회장 박경하)가 문화재청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동안 전승실태에 대한 종합조사를 벌인 결과다. 역사민속학회는 지난 7일 ‘무형문화재 단체종목의 현황과 그 대안 모색’이라는 이름으로 조사결과 발표회를 가졌다.
<편집자>
주강현 (우리민속문화 연구소장)
무형문화재 단체종목의 현주소
애초에 잘못 지정돼 원형이 훼손되는 등의 부작용과 폐해가 있는 종목이 17개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기지시줄다리기, 은산별신제, 피리정악 및 대취타, 안동차전놀이, 위도띠뱃놀이 등은 지정 당시에 원형이 훼손됐거나 원형을 정확하게 찾지 못한 종목들이다. 현재 충남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는 당제와 줄다리기를 함께 하는 것으로 지정돼 있으나 두 행사는 원래 서로 다른 시기에 행해졌던 것을 무리하게 통합했다. ‘띠뱃놀이’는 원래 ‘띠뱃굿’이나 7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놀이’로 바꾼 것이다.
무형문화재 84호인 ‘농요’ 중에서도 고성농요와 예천통명농요는 하위 단위로 분류된 반면 남도들노래는 51호로 따로 지정돼 있는 등 분류 체계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는 개인보다는 공동체적 문화 성격이 강한데도 보유자를 개인으로 지정해 이로 인한 문제점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경우다.
이필영 (한남대 역사교육과 교수)
지정 과정과 보존·전승의 제문제
지금까지의 무형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야기되는 기본 문제로, 임기응변식의 심의와 지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체 무형문화재의 불균형과 비체계성을 지적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임기응변이란 전체 무형문화재의 균형과 체계가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시로 혹은 간헐적으로 심의 요청이 들어오면 종목에 대해 심의하여 지정 여부를 결정짓는 과정을 일컫는다.
따라서 전체 무형문화재에는 어떤 종목들이 있을 수 있고, 이 종목들은 어떠한 분류체계 안에서 편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한 기준이 마련된다면 무형문화재 정책은 그 심의 및 지정, 그리고 새로운 종목 발굴 및 지정 권고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다.
이제는 무형문화재의 표준화된 분류체계 안에서 체계와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무형문화재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또 하나 언급해야 할 것은 유ㆍ무형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불균형이다. 그 동안 유형문화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소홀히 취급되었던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증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