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라는 틀에 매이지 않는 가르침
페마 최된 스님의 스승으로서 서구에 티베트 불교를 전한 선구자였던 트룽파 린포체(Trungpa Rinpoche: 1939~1987)는 1970년 미국으로 온 이후 전세계에 100여개의 명상센터를 세웠다. 그는 콜로라도주 볼더시에 서양최초로 티베트에서 인가받은 불교대학인 나로파불교대학과 샴발라센터를 설립하고 격월간지인 <샴발라 선(Shambhala Sun)>도 발간했다.
70년대초 은사 트룽파 린포체를 만난 페마 스님은 74년에 칼마파 스님으로부터 사미니계를 받았으며 80년부터 콜로라도 주 볼더 시의 샴발라센터 원장 자리를 맡아 사원에 머물며 수행과 포교에만 전념하게 된다.
샴발라센터에서 페마 스님은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미국 대중의 마음에 가닿는 설법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샴발라 명상 뿐만 아니라 불교정신이 배어있는 다도, 꽃꽂이 등 불교문화도 가르쳤다. 이는 종교라는 틀에 매이지 않고도 불자를 키울 수 있도록 고안한 프로그램이었다.
샴발라 교육은 밀교 경전에 트룽파 린포체의 설명을 곁들인 5단계의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졌다. 그 과정을 마치면 사회에 만연한 지배의 정치학, 권위주의적 인간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명료함, 온화함, 사랑, 건강한 정신을 키워 불국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샴발라교육 이념에 따라 1974년 설립된 나로파불교대학 역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유명한 비트 문인 앨런 긴즈버그, 심층 생태학자 그레고리 베잇슨, 하버드 교수였다가 구루(요가의 스승)가 된 램 다스 등 뛰어난 강사진들이 명상, 기공, 탱화, 다도, 티베트어, 산스크리트, 중관철학, 심리학 등을 가르치고 밤에는 시낭송회, 공연, 세미나 등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열린 도량은 ‘정신의 우드스탁 축제’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23년이 지난 후 나로파불교대학은 정식대학 인가를 받아 학사 및 석사학위를 수여할 정도로 성장했다. 비트 문인들이 대거 참여한 나로파 문학프로그램은 늘 성황을 이뤘다. 나로파의 석사학위는 불교학, 글쓰기, 노인학, 참여불교, 명상심리치료학 등 다섯 분야에 주어진다. 나로파의 학생들은 전원 명상을 해야 한다. 아울러 인근의 병원, 양로원, 말기환자 보호소 등에서 실습하며 학점을 따도록 해 불교를 현장의 삶에 적용하는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페마 스님은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위해 이론과 실천을 하나로 묶어주는 이러한 명상중심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문화에 티베트 불교 붐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페마 스님은 자신을 명의·명교수 역할을 하도록 이끈 스승을 이렇게 회고했다. “스승께서는 가끔 복도에서 나를 불러세우고 난데없이 말씀하시곤 했지요. ‘너무 종교적이 되지는 마라. 지나치게 종교인인 척도 말고.’ 그 말씀은 내가 풀어야 할 화두처럼 되어버렸지요. 그리고 마침내 그 법문의 뜻이 분명해졌습니다.” (<샴발라 선>과의 인터뷰 중에서) 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