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
동국대 사회학과
몇 주 전 세계적으로 무려 천만 명이 이상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 압박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곳 한국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더불어 반전을 촉구했다. 또한 만델라를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인간방패로라도 전쟁을 막겠다면서 많은 사람이 현지로 모이고 있다. 이로써 미국은 온 세계로부터 전쟁만은 안 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은 왜 전쟁을 강행하려할까? 물론 그것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국의 이익 추구가 중요하다고 해도 무조건적 관철은 파시즘적 발상이다. 남이나 남의 나라 또는 지구촌 전체의 이익을 짓밟으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야만이다.
이라크와 관련된 미국의 국익은 안정적 석유확보, 군사력에 의한 세계지배, 적을 설정함으로써 세계경찰 자임, 군산복합체의 돈벌이 등이다.
이라크 석유매장량은 2억 2000만 배럴로 미국의 수입량의 98년 치에 해당된다. 이를 미국이 온통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군사비는 클린턴의 2800억에서 2003년 3,790억으로 일년 사이에 거의 1천억을 올렸다. 2004년은 약 4천억으로 세계2위의 군사비 500억보다 8배 가까이 많다. 이러고도 미국 안보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는 것은 억지다.
또 세계평화에 위협이 되기에 미국의 적이라는 북한 및 이라크와 미국 중 세계평화의 최대 위협을 뽑는 CNN투표에서 미국은 세 배, 네 배의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진짜 악의 축과 ‘무법자’는 북한과 이라크가 아니라 바로 미국이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범죄는 살인이다. 전쟁이라는 집단 대량살인을 통해, 그것도 핵무기까지 사용해 돈을 벌려는 부시정부 고위층은 보통 살인범보다 더 무거운 죄를 짓고 있는 셈이다.
이 야만의 전쟁은 한반도 전쟁위기와 직결되어 있다. 이라크처럼 한반도 전쟁위기 역시 부시정권 등장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금의 북핵 파동은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위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미국이 북한의 생명권을 보장해주는 불가침조약만 체결하면 단숨에 해결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막무가내로 북한의 속옷까지 완전히 벗겨야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세계의 반전여론 때문에 이라크전쟁을 치르지 못하게 되면 그것은 야만의 제국에 대한 세계인의 승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승리가 한반도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음도 엄연한 현실이다.
대량살상무기전쟁을 공언해온 부시가 막상 이라크 전쟁을 치르지 못하게 되면, 부시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이렇게 자승자박 된 부시는 화살의 방향을 북한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무력사용 절대불가를 다시 천명하고, 군부를 포함한 각 사회단체가 이를 재선언하면서 민중의 전쟁통제력을 높여 남북이 공동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지구촌 전체의 반전 여론층과 연대를 통해 제2의 전쟁막기로 매진해야 한다. 지금은 평화의 횃불로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