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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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공예(10)
음악이 흐르는 종
통일신라시대는 정치적으로만 통일된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통일을 이루었다. 불교미술의 핵심인 탑, 불상으로부터 의식구인 범종에 이르기까지 조형적으로 가장 고전(古典)적인 형식이 완성되는 때가 이 시기이다. 이 시기의 미술은 비례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고 형태에 있어서도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이상적인 형식은 고려시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종의 경우 771년(혜공왕 7)에 주조된 성덕대왕신종이 통일신라시대 종의 완벽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고려시대에도 이 종이 가장 영향력 있는 모델이 되는 것이다. 고려 초기를 보면 성덕대왕 신종에서 약간의 변모를 보이지만 통일신라시대 종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통일신라시대에는 용이 천판(天板)이라고 불리는 종의 윗면을 핥듯이 입술을 대고 있지만 고려시대에 들어서서는 얼굴을 바짝 들고, 아무런 장식이 없었던 윗면에 연꽃무늬를 새겨넣은 정도이다.
그런데 고려시대 후기인 13세기에는 좀더 강한 변화가 나타난다. 이전에는 종 몸체의 여백에 비천을 배치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 때부터는 비천에 불상, 보살상, 신장 등 도상들이 늘어난다. 아울러 이전보다 장식도 눈에 띄게 증가한다. 일본 후쿠오카 시가우미진자(志賀海神社)에 소장된 동종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종이다. 첫눈에 종에 비해 용과 음통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종에서는 용이 천판에서 얼굴을 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밑에 깔려 있는 구름도 용과 함께 들려 있다. 용의 몸은 S자형으로 과장되어 있고 갈기는 음통 뒤로 휘날리고 있다. 종의 윗면에는 오각형의 꽃 장식을 세우고 꼭대기에는 조그만 구슬장식까지 올려놓았다. 여기서 시선을 약간 올리면 구슬장식이 음통 위에도 큼직하게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밑과 종 몸체의 아래에 꽃 넝쿨이 띠를 이루고 있고, 유곽이라고 불리는 사각형의 넝쿨 띠에 9개의 유두가 있는 것은 통일신라 종의 전통 그대로이다. 하지만 그 사이 공간에는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여러 도상들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로부터 살펴보면, 유곽 사이에 용처럼 S자형으로 머리를 든 구름이 유유히 흐르고 있고 그 아래에는 네 분의 불상이 연꽃대좌 위에 앉아 천의를 휘날리며 위에서 내려오고 있고 그 밑에는 활과 창을 든 신장이 2인을 한 조로 부처님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불상 사이에는 긴 천 자락이 길게 매달린 비파와 박판(拍板) 같은 악기가 음률을 그리며 떠다니고 있다. 통일신라 종에서 볼 수 없었던 음악적인 요소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화려한 장식과 경쾌한 동감은 종을 치지 않더라도 이미 시각적으로 거룩하고 장엄한 울림을 표현해 내고 있다. 성덕대왕신종에서는 신비한 장중함이 떠오른다면, 이 종에서는 화려한 음악이 연상된다. 통일신라에 완성된 종의 이상적인 형식은 고려 후기에 와서 음률로 장식된 불꽃을 한껏 피운 것이다. 마치 촛불이 꺼질 때 마지막 불꽃을 강하게 발산하듯이….
경주대 문화재학부
200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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