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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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파불교와 윤회의 주체문제(5)
윤회 주체 부파별 다양한 이론
자아 믿음 ‘아뢰야식’서 정점에

아트만 없이 윤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소개했었다. <잡아함경>을 증거로 인용했었다. 이것을 흐르는 냇물에 비유하기도 한다. “산 개울물은 한순간도 흐름을 멈추지 않고 흘러 내려간다. 바라문아, 이처럼 사람의 삶도 이 산 개울물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과보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 때문일까, 한편으론 윤회의 주체를 긍정하는 경전의 가르침이 남아 있다.
<아함경>에서는 윤회의 주체를 두 가지 관점에서 인정하고 있는 각기 다른 견해들이 보이고 있다. 푸드갈라(Pudgala) 이론과 식 이론이다. 우선 푸드갈라 이론은 <잡아함경>3권의 중담경에 보이고 있다. “나는 이제 무거운 짐과 짐을 가짐과 짐을 버림과 짐꾼에 대해 말하리라… 어떤 것이 무거운 짐인가? 이른 바 오온이다… 어떤 것이 짐꾼인가? 푸드갈라가 그것이다. 그것은 어떠한 이름을 가졌으며, 어떤 생애와 어떠한 가정에 속했으며, 어떻게 먹었으며, 어떠한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는가?”라는 경문이 있다. 여기서 부처님은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인 오온과 구별되는 어떠한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오온이 짐이라면 푸드갈라는 짐꾼이 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오온을 짊어지고 있는 요소이다. 앙드레 바로라는 학자는 이 짐꾼이 아트만과 같은 명백한 실체로 인식되는 자아로 파악한다. 그 자아가 생을 반복적으로 윤회한다고 본다. 뿌쌩이란 학자도 “푸드갈라가 업을 짓고, 윤회하고, 과보를 받고, 열반에 이른다. 그러므로 푸드갈라는 실체이고 자아이다”라고 주장한다.
다음에 푸드갈라와 달리 식(vijnana) 이론이 있다. 일반적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식(識)이란 우리들의 감각기관이 그들의 대상을 만날 때 발생하게 되는 하나의 정신작용이다. 따라서 식이란 아트만이나 지와(jiva)와 같은 불변적이고 영원히 상주하는 것이 아니며,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하나의 정신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이것을 지적인 분별력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초기불교경전에서는 종종 이 식을 정신적인 현상이 아니라 아트만과 같은 윤회의 주체처럼 간주하고 있다. <중아함경>54권, <증일아함경>12권, <잡아함경>47권 등에서 그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 즉 부처님은 사티라는 비구에게 인간이 수태하기 위해서는 영혼과 같은 존재인 간다르와(gandharva)가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여기서 간다르와는 식과 같은 존재다. 따라서 6식(識)을 말할 때의 식과 영혼을 의미할 때의 식은 구별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역경가들은 영혼과 같은 의미의 내용으로 식이란 용어가 사용될 때는 神, 識身, 神識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때로는 香陰, 中陰衆生(gandharva) 등으로 지칭한다. <아함경>에서 상주불변하고, 생을 반복해 윤회하는 영혼 혹은 자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식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에서 소개했던 푸드갈라 이론과 식 이론은 부파불교시대가 되면서 다양하게 발전한다. 즉 독자부와 정량부는 푸드갈라 이론에 의거하여 발전하고 있으며, 장로부계의 부파들 대부분은 식 이론을 수용하고 있다. 따라서 윤회의 주체를 인정하지 않고 윤회한다고 주장한 이론을 계승한 설일체유부나 경량부 못지않게 장시간 번창한다. 결국 부파불교시대에 돌입하면서 윤회의 주체를 둘러싼 이론은 각 부파의 특색과 함께 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상주불변하는 실체에 대한 추구는 오온(존재)이 윤회한다고 설하는 설전부에 이르러 보다 분명해 진다. 화지부는 세 가지 오온설을 제기한다. 찰나적인 요소, 일생을 지속하는 요소, 윤회가 끝날 때까지 지속하는 요소에 의한 구분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개념들은 실재하는 경험아(經驗我)뿐만 아니라 참다운 자아의 존재를 확립하기 위해 사유된 것이라 보인다. 더하여 일미(一味)의 요소가 무시이래 자성을 잃지 않고 존재해 왔던 종자(種子)로 이루어져 있으며, 부단히 상속하는 미세한 식과 동일하며, 오온(존재)의 근본이라는 주장이 대두하게 된다.
무아설에도 불구하고 불교사상은 항상 변하고 있는 지속성의 배후에 상주불변하는 요소로서 기능하는 참다운 자아를 믿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경량부는 열반으로 이끄는 무루(無漏)종자를 상정했다. 종자는 무시이래 존재하고 있으며, 자성을 잃지 않고 윤회 과정 속에 함께 내재해 있다고 말한다. 남전 상좌부들은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을 “무의식적인 마음”이라 해석하고, 그 중요성을 극소화시키고 있는 데 비해 다른 부파들은 그것을 법성, 법신, 여성(如性)이라 불렀다. 이러한 이론적 전개는 무아설에 대해 경험아이건 참다운 자아이건 자아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결합시키려는 시도들이다. 이렇게 자아에 대한 믿음을 확산시키려는 교단 내외의 움직임은 무착스님이 구성한 아뢰야식 이론에서 그 정점에 달한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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