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적개심 먼저 참회해야
미국의 이라크 공격 위협과 북한 핵문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반전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7대 종교가 참여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한국프레스센턴 국제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 만들기 종교인 포럼’을 열었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스님과 강원룡 목사, 최기산 주교 등은 기조강연을 통해 반전과 반핵, 평화 만들기에 종교인들이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학담 스님, 이우영 박사, 홍창진 신부의 글을 요약했다. <편집자주>
■ 북핵 위기, 화해와 해법
학담스님
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 상임집행위원장
항복문서 받아내기 방식은 위험
대 이라크 전쟁위기와 함께 지금 북한 핵 문제가 평화와 안보에 관한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현대전의 특성상 전쟁이 나면 전 민족이 함께 공멸의 나락에 떨어질 현실을 생각하며 전 민족적 안보의 개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북한 핵 문제는 힘을 가진 자가 넘치는 힘을 밖으로 과시하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체제의 안전과 생존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막다른 골목에서 일으키는 자기방어를 위한 몸부림으로써 시위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모든 대중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밀어붙이기 항복문서 받아내기 식이 아니라 북의 피해의식의 뿌리 없애줌을 통해 안보에서 평화의 길로 인도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다.
대북송금문제 또한 비록 국민적 합의, 절차상의 허물이 있다하더라도 비용지출의 대가로 민족경제 공동체의 문을 열었으며, 화해 협력의 길을 닦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종교지도자들도 자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신도들에게 회개와 참회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인간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긴 죄업을 역사의 성전에서 참회해야 할 것이다.
■ 남북관계와 미국
이우영 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군사·자본 이해관계 등 검토 필요
현재 미국은 9.11사태 이후 세계전략 차원에서 반 테러전쟁의 의지와 과단성을 기본입장으로 하고 있다. 북한 또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또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계획 폐기가 이뤄져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데 반해, 북한은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어느 한쪽이 바꾸지 않는 한 핵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양측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원칙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개발 폐기선언을 장기간 유보하거나 폐기를 향한 전향적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이 단계적으로 강화되어 남북관계의 경색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때 군사복합체를 포함한 자본의 이해관계 등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미치는 요소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남북관계 및 국내 현실에 대한 냉철한 반성도 필요하다. (사진제공=경향신문)
■ 북 실정과 종교인의 자세
홍창진 신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천주교 회장
시민단체 연대한 국민참여 유도
이미 북한의 식량난이나 사회 전 부분에 걸친 위기는 인류사회의 재앙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 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지구촌 구석구석에 까지 확산되고 있는 세계화는 경쟁력이 없거나 뒤처진 가난한 나라와 사람들을 더욱 더 빈곤의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기수역할을 자임하는 미국과 영국이 호시탐탐 이라크를 침공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얼마 전 독일 종교인들이 이라크 전쟁은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일이며 부시 대통령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던 점은 우리들에게 시사한 바 크다.
우리 종교인들은 아직 300명 이상의 북한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에서 한반도와 인류를 향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해야 할 때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각종 시민단체와 연대해 캠페인도 주최하고 천만명 이상의 범국민 서명운동을 주도해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다짐과 결의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