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러분과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렇지만 모였다 안 모였다 하기 이전에 우리는 언제나 한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우주가 운행을 하고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제각각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 살림살이를 보면 너와 나를 나누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화를 내고 아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뿌리로서 공생 공심 공용 공체 공식하고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자리에서 보면, 공(空)한 주인공의 자리에서 보면 너와 나는 결국 한바탕이기 때문에 언제나 한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각각의 생활을 소소영영하게 해 나가면서도 결국은 한자리이요, 한자리이면서도 각각의 삶을 보람되게 살고 있다는 이 말의 뜻을 잘 새겨야 합니다. 그리고 그 깊은 뜻을 잘 음미하고 그대로 실천을 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항상 여러분에게 하는 말이 한 데로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말은 그냥 말일뿐입니다만, 그러나 진실한 마음이 실린 말 한 마디는 그냥 우리가 말하는 그런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말은 하지 않습니다. 나는 말주변이 없고 표현하는 방법도 서툽니다만 말을 할 때는 언제나 오직 한 가지, 내가 느껴보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나는 말로 진실을 말하자는 게 아닙니다. 진실된 도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이 말로 떨어져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의 말도 법이 되어야 합니다. 천근같은 진실한 말 한 마디는 그대로 법이 되는 것입니다. 한번 입을 열면 그대로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우주법계에서 메아리 치는 그런 말을 해야 하고 그런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럴 때 오늘 법회가 참으로 값진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고 내 말속에서 이론으로 찾으려고 하고, 일일이 따져서 해석하려고 한다면 아주 빗나가기 쉽상입니다. 누구든지 말에 담긴 진실을 놓치게 되면 이미 향기가 없는 꽃을 가지고 있는 거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그렇다면 오늘 여러분과 함께 하는 이 자리가 여러분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겁니다. 여러분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이렇게 함께 모여서 법회를 한들 무슨 공덕이 있겠습니까.

모든 경계 주인공에 놓아
나는 여러분께서 피땀을 흘리면서 살아가시는 뼈아픈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내가 겪어 봤기 때문입니다. 단돈 몇 푼 때문에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는 어려운 생활을 하는 걸 보면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그런 사정을 내게 얘기를 할 때 정말 안쓰럽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이라 할지라도 한데 몰아서 일심으로 주인공에 맡기라는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는 모든 힘이 다 깃들어 있습니다. 오신통을 말하지만 또한 그 안에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어떠한 문제든 그 안에서 해결하도록 믿고 맡기고, 또 해결한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마음이란 것은 참으로 깊고도 신묘합니다. 한편으로 그렇게 광대무변한 힘을 가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의 업고(業苦)가 다 저장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말씀드리는 것처럼 그때의 마음은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것과 같습니다. 즉 잠재의식이라는 녹음 테이프에 우리는 수억겁을 살아오면서 지었던 과거의 모든 내용들이 다 녹음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말입니다. 그리고 녹음된 대로 감겨 있던 것이 하나하나 풀려 나오는 것입니다. 연방 녹음되면서 연방 풀려 나오는 것입니다. 녹음이 되는 것은 오늘의 삶이요, 녹음이 된 대로 하나하나 풀려 나오는 것은 지난날의 삶의 결과입니다. 이 도리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결국 그렇게 생사를 윤회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녹음된 대로 하나하나 일어나는 거기에 끄달리면서 사니까 어디 자유로울 수가 있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살면서도 다시 또 끊임없이 업식을 녹음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다음 생도 자유롭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것을 모르고서 ‘아이구, 내 팔자는 왜 이런가, 내 운명은 왜 이다지도 가혹한가’ 하지마는, 사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가혹하다고 하기 이전에 내가 지어 놓은 그대로 나올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지어 놓은 대로 내가 받는 건데 누구에게 항의를 하겠습니까? 조상의 탓도 아니고 그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그래서 일체 다가오는 경계가 다 자기가 지어놓은 자기 탓인 줄을 뼈아프게 느끼지 않으면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만, 다 나에게서 나온 문제이니까 내가 풀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푸는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인과성 업보성 영계성 세균성 유전성으로 인해서 녹음 테이프에서 술술 나오는 것을 나오는 거기다가 되돌려 놓는 작업을 하라고 하는 겁니다. 안팎으로 일어나는 모든 경계가 다 거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체를 되돌려 놓으세요. 그러면 이내 나온 것이 무마될 뿐 아니라 녹음된 것도 다 소멸되게 마련입니다.
이것이 벗어날 수 있는 공부입니다. 이것은 방편이자 그대로 실상입니다. 진실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자꾸만 묻습니다. “스님, 공부를 해 나가고는 있다고 하지만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지금 망상을 피우고 있는 것인지, 사량(思量)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때는 제가 아주 잘 가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제가 그럽니다. “내가 생각을 내고 행을 한다, 또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행을 하는 것을 다 주인공 자리로 되돌린다.” 그런데 그렇게 되돌려 들인다고 하지만 이것은 그냥 말로 낸다거나 들인다고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즉 들이고 내면서도 언제나 그 사이엔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활에서 무엇을 들이고 낸다고 할 때와 마음을 들이고 낸다는 것은 그렇게 다른 의미입니다. 진실한 믿음인 것입니다. 모든 것은 다 거기서 나고 거기로 든다는 것을 깊이 아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다르다는 말입니다. 그런 깊은 믿음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내고 행을 하면서도 한 순간도 주인공을 여읜 일이 없고, 또 모든 번뇌와 경계를 되돌려 놓는다고 하지만 그 또한 주인공의 나툼인 것입니다.

둘로 보지 않는 마음이 禪
우리가 어떠한 말을 하든지, 어떠한 행을 하든지 간에 그런 믿음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입니다. 그런 믿음이 있다는 것은 곧 중심이 서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중심, 마음의 중심입니다. 그것이 곧 주인공인 것이요, 그렇게 되는 것이 마음공부이며, 주인공으로서의 삶인 것입니다. 중심이라 하지만 무슨 중심점이 있다거나 보이는 무엇이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마음의 중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깊이 음미해 보면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올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말하고 듣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말을 해서 뜻이 전해지고, 그 뜻을 이해하니까 생각을 일으키고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소나 말이나 돼지 같은 축생들은 우리 인간보다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보고 듣고 말하고 냄새 맡는 것은 축생이나 인간이나 같지만 생각하는 정도는 다릅니다. 물론 인간보다도 더 자연의 현상에 대해서 발달된 동물도 있지만 마음을 공부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동물들을 지배합니다. 동물뿐이 아니라 모든 생명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불가(佛家)에서는 예로부터 살생을 가장 큰 죄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다른 생명체를 취하지 않고는 살아 갈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생명은 모두 존귀하기 때문에 소의 생명도 돼지의 생명도, 풀 한 포기의 생명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살생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직접 죽여서 먹든지 남이 죽인 것을 먹든지 간에 살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깊이 알고 보면 오직 마음일 뿐입니다. 마음이 순일하고 지극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은 한 조각의 음식도 헛되이 하지 않습니다. 그런 깨끗한 마음일 때, 예를 들어 소고기를 먹는다 해도 그 고기는 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소의 마음은 내 마음이 되는 것이요, 그 소의 모습은 바로 인도 환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로 보지 않고 소는 소요, 나는 나라는 마음으로 둘로 보면서 그것을 먹는다면 영영 그 죄업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둘 아닌 마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곧 선(禪)의 도리를 아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서 다른 생명을 취한다 해도 오히려 그 생명체의 무명을 친 것이므로 죄업이 되지 않습니다. 그 생명체를 참 이치에서 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얘기를 잘못 알아들으면 아무렇게나 죽여서 먹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치를 깊이 생각해 보신다면 무슨 말인지를 알 것입니다.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진실한 한 방울의 눈물, 그 한 방울의 눈물로 온 세상을 다 적실 수 있는 그런 사람만이 이 진실을 이해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세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요, 무엇 하나 걸릴 것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인간의 참 존엄성을 가지고 떳떳하고 당당하며 또 지극하고 간절하게 모든 생명을 사랑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자유스러우면서도 세상을 걸림 없이 걸어나가고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보기에는 해를 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 보이는 차원에서는 자비를 베푸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희생을 시키는 것 같지만 깊은 도리에서는 무명을 쳐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생은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선업을 짓기도 하고 악업을 짓기도 합니다.
행동을 하되 그 행동의 결과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유인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한 가지 행동이나 한가지 생각을 하면 그 행동이나 생각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중생의 살림살이를 살게 된다면 언제 벗어날 때를 기약하겠습니까.

되돌려 놓으십시오
탁 놓아 버리십시오
그것이야말로
공덕 중의 공덕입니다
옛날에 어떤 농부가 논에 일을 하러 나가다가 논두렁가 숲속에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막 새끼를 낳았는지 조그만 새끼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농부는 본래는 아주 착한 사람이었는데 그땐 무슨 마음이 들었던지 가지고 있던 삽으로 그 구렁이들을 둥겅둥겅 끊어버렸습니다. 구렁이야 미물이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그렇게 죽였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이 농부도 그와 같이 그냥 미물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죽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렁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한 가정을 못 살게 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그 후에 이 농부는 손주를 다섯을 낳았는데 모두가 다 불구자로 태어난 것입니다. 큰아들이 손주를 낳아도 불구자가 태어나고, 작은아들이 손주를 낳아도 불구자가 태어났습니다.
어떤 분들은 전설의 고향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이건 실지로 있었던 일입니다. 비밀을 지키고 있습니다만, 세상에는 참으로 기구한 인연도 많습니다. 어떤 경우는 수대(代)째 내려오는 깊고 깊은 업연이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무심중에 저지른 인과 때문에 고생을 겪기도 하는 집안이 많습니다.
그런 인과의 법칙을 모르니까 그저 모르고 받습니다만, 이 세상에 그 어떤 일도 과거에 내가 짓지 않은 결과가 다가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 것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살필 수 있다면 그런 이치를 다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든 모르든 묻지 않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것이 입력이 되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니만큼 나오는 거기에다 다시 놓고 녹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켜본다면, 그런 믿음이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과의 법칙을 다 알고 나서 해결하려고 해서는 늦습니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내 앞에 닥쳐오는 모든 경계, 모든 괴로움을 지금 이 순간 다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모든 업식이 다 공(空)이 되어버립니다. 여러분이 설사 지난 생 어느 때에 죄업을 지었다고 하더라도 진실로 돌려놓기만 한다면 그대로 무마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진실한 믿음으로 되돌려 놓는 그것이야말로 참회 중의 참회요 공덕 중의 공덕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결코 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모두 한마음 주인공에 몰록 놓으세요. 언제나 여러분께 말씀드리지만 일체를 다 주인공에 맡겨 놓고 관하는 공부를 열심히 하십시오.
그렇다면 주인공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나’라고 하는 것을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몸이고, 두 번째는 생각 내는 것, 세 번째는 생각 내기 그 이전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에는 말에 지나지 않지만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세 가지가 모여서 내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몸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것을 자동차에 비교해 보면 차체와 같습니다. 몸에서 마음이 빠져나가 버리면 몸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몸은 마음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러니 몸이 자동차라면 마음은 그 차체를 움직이는 주인 즉 운전사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마음이 없는 몸은 목석입니다.
그렇다면 몸 없는 마음은 또 무엇입니까? 주인이다 시자(侍者)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입니다. 마음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합니다.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마음은 참으로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때의 마음은 우리가 한마음이라고 할 때의 그 마음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 이전을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생명력 그 자체라고나 할까요. 차로 비유하자면 차와 운전사를 모두 있게 한 근본적인 원리 말입니다. 그것은 분명코 있습니다. 주인공이란, 말하자면 그와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그 셋을 모두 합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셋이 각각이면서도 하나요, 하나이면서도 각각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셋을 합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는 이것이 곧 주인공의 나툼인 것입니다.
그렇게 꽉 차서 돌아가기 때문에 공(空)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공은 텅 비어서 공이 아니라 꽉 찬 공을 말하는 겁니다. 여러분께서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는 그것도 생각 이전의 그 무엇이 있음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되는 노릇이 아닙니다. 어찌 생각하면 이런 얘기가 무슨 뜻일까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한치의 에누리도 없고, 그래서 묘한 도리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모든 경계가 다 내 마음의 조작
한마음에서 들이고 내는 것 알아야
내가 공부할 때 경험했던 일을 한 가지 이야기하겠습니다. 예전에 제가 산중(山中)으로 다니면서 공부할 때의 일입니다. 그때 저는 뭐 딱이 목적지가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사실 진리란 목적지를 고정되게 두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가 시발점인가 하면 여기가 종점일 때가 있습니다. 또 여기가 종점인가 하면 여기가 시발점이 될 때도 있습니다. 처처가 다 그러한데 어디가 시발점이고 어디가 종착점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목적지도 없이 다녔던 것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가다가 다리가 멈추는 곳에서 그냥 쉬고 또 다리가 가는 대로 쉬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산중의 무덤가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미리 알고 있었던 일입니다. 오늘은 내가 이곳에서 머물러 자게 될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내 주인공 자리라고 할까, 잠재의식이라고 할까, 그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이 절 저 절을 기웃거려 보니까 말입니다.
이것을 장난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짓궂은 장난 말입니다. 장난이란 건 번연히 알면서도 하는 짓 아닙니까. 아니면, 장난이라기보다는 공부라고 할까요. 겪어보기 위해서 체험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 절 저 절을 기웃거리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아무 데나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겉모습을 보고 받아 주지를 않습니다. 십중팔구 내쫓는 겁니다. 심지어는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갖은 구박을 다 받았습니다. 그런데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합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 절에서 자지 못한다는 걸 번연히 알면서 왜 가는 것이며, 왜 말을 붙이는 것입니까. 그러다가 매를 맞을 게 뻔한데 왜 일부러 거기에 가느냐는 겁니다. 그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든 덕분으로 밟혀서 채이고, 떠다 받혀서 넘어지고 부딪쳐서 피를 흘려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단순한 일만은 아닙니다. 엎드러진 채로 곰곰이 생각하노라면 한생각이 떠오르는 겁니다. ‘너는 참 야릇한 사람이구나. 저 사람에게는 일부러 가서 죄를 지어 주고, 뻔히 그럴 줄 알면서도 너는 너대로 얻어맞았으니 말이야!’ 그러면서 그래, 어디 잘 데가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너는 무슨 배짱이냐 싶은 것입니다. 본래 너는 무덤가에 기대어 오늘밤을 샐 예정이 아니었느냐는 거죠.
그런데 사실 나는 그런 와중에도 천하태평이었습니다. 집이 따로 있고 집 아닌 데가 어디 따로 있습니까. 누가 세금을 내라는 이도 없고, 잠을 자라는 말, 자지 말라는 말도 없는 거기가 더 없이 편안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턱 눕는 겁니다. 그러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얻어먹는다지만 먹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 먹을 것 없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다 먹을 것인데 말입니다. 지천으로 깔렸는데 어디 가서 먹을 것을 찾겠습니까.
그런데 이상하죠?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에게는 먹을 게 안 보입니다. 그런데, 어차피 한 번 죽을 거, 나는 해골이 득실거리고 뼈다귀가 산처럼 쌓인 저승이라 해도 가겠다 하고 작정하고 나면 먹을 것이 저절로 생기는 겁니다. 그 해골들이 앞장서서 먹여 살려 주는 겁니다. 이게 저승 가는 도리입니다. 산 몸으로 저승에 가는 도리가 이겁니다. 이렇게 마음이 죽어야 저승에 가지 않습니까?
아무튼 그러면서 나는 싱긋이 웃었습니다. 아하, 이것이 바로 예전 스님들도 다 겪으셨다는 탁마요, 탁발이요, 보임이구나 하고 웃었습니다. 지혜를 키우기 위해서는 이렇게도 겪어 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를 그렇게 인도하고 가르쳐 주는 참 나가 눈물겹게 감사했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됐는데 아, 거기서 머리를 풀어 헤친 무엇이 나오는 겁니다. 그러면서 신발 한 짝을 훔치러 왔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허술히 듣지 마십시오. 묘지는 곧 우주입니다. 신발은 두 짝이 있어야 한 켤레가 되지요. 그러니 한 짝이 이승이라면 한 짝은 저승의 뜻입니다. 그건 그렇고, 아무튼 별안간에 시커먼 것이 튀어나오니까 나도 놀랐습니다. 그래서 뒷걸음으로 밀려났는데, 또 가면 얼마나 가겠습니까. 엉덩이를 찧고 나서 어찌나 아프던지 눈에서 불이 번쩍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무슨 생각이 났느냐 하면 ‘그렇지, 샐 틈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귀신이 있긴 무슨 귀신이 있어! 하고 나는 금방 알아 버렸습니다. 왜? 일체가 다 나한테서 나왔다가 나한테로 들기 때문입니다. 들고나는 것이 다 한생각에 달렸습니다. 무슨 조작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그 소관인 것입니다. 그러니 딴 데서 뭐가 나오고 들어가고 하는 게 없는 겁니다. 그걸 알아야 합니다. 딴 데서는 조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바깥 경계에 속아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합니다. 그러나 속지 마십시오. 석가 세존께서도 속지 않으셨기에 악마를 조복시키셨습니다. 그것은 결국 당신 스스로에게 항복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성큼성큼 다가서서 무덤 위에 턱 걸터앉았습니다. 여기서 나고 여기로 드니 날 때도 샐 틈이 없고, 들일 때도 샐 틈이 없다 그러고 딱 버티니까 짐작한 대로입니다. 물리라고나 할까요, 환히 밝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머리로 공부하려고 하지 마세요. 한마음에서 모든 것을 들이고 낸다는 것, 즉 뿌리 없는 기둥이 하늘을 받치고서 빙글빙글 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각으로 아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깊이 체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빙글빙글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야만 하늘을 나는 용(龍)이 되죠. 그 동안 물이 없어 하늘로 오르지 못했지만 여러분은 용입니다. 불성(佛性)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능력을 기른다면 여러분은 모두 용으로서 하늘로 오르게 될 겁니다.

모든 것을 해결할 원력이 내 안에 갖추어 있음을 알도록

누가 정한 것입니까? 누가 정해서 여러분에게 권한이 생긴 것일까요? 누가 정해서 여러분에게 고(苦)를 갖다 준 것일까요? 업보나 지옥을 누가 갖다 준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써놓은 각본대로 나오는 것입니다. 운명이라고 하고 팔자라고 하는데, 아닙니다. 그 도리를 안다면 운명도 팔자도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 법에는 팔자운명이 없습니다. 고사를 지내는 것도 없고, 삼재니 뭐니 하는 것도 없습니다. 만약 재사를 지내야 한다면 둥그렇게 마음을 굴려서 만든 떡 한 덩어리를 집어삼키십시오. 그런 마음의 떡, 삼라대천세계를 몽땅 포함한 그런 떡으로 재사를 지내야 합니다. 그것이 마음으로 지내는 재사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밝으면 밝은 것일 뿐 운명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음이 어두우면 어두울 뿐 팔자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얼마나 시원한 법입니까. 그래서 주인공은 전체를 둥글린 하나라고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주인공이라고 하면 개별적인 걸로 알지만 그게 아닙니다. 주인공 하면 벌써 전체를 싸잡아서 돌아갑니다. 그러기 때문에 개별적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위력이 너무나 당당하고 신묘합니다. 참으로 뭐라고 말할 수 없으리만치 도도합니다. 그러니 전체로 둥글리는 그 마음 하나면 몸으로 백팔 배를 하지 않아도, 일정례를 올려도 벌써 백팔 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크고 넓은 마음을 내서 사시기 바랍니다.
일일이 따져서 여기 절하고 저기 절하는 마음은 좁은 마음입니다. 칠성각에 절하고 산신각에 절하고 어디에 절하고 어디에 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야 애틋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더 진실하게, 모든 것을 포함하여 한 번 절을 하는데 일체를 다 들 수 있는 당당함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주법계 전체에다가 어떻게 절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주에 꽉 찬 일체 생명에게 어떻게 일일이 다 절을 하겠습니까. 그러니 장부라면 장부답게 단 한번에 전체 뿌리를 흔쾌히 뽑아 들고서 굴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급한 일이 생기면‘주인공! 당신만이 해결할 수 있어’ 하고 관하십시오. 둘로 보면 안됩니다. ‘주인공!’ 하고 부르는데 벌써 둘이 되면 안됩니다. ‘주인공! 당신의 일이니 당신이 알아서 해. 당신이 형성시킨 것 당신이 알아서 해.’ 그러면서 믿고 턱 맡겨 놓으십시오.
이 이야기를 내가 기회 있을 때마다 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한다면 여러분 자신과 가정과 사회가 조화롭고 생동감 있고 싱싱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결과 여러분은 그 동안의 묵은 빚을 갚게 되는 겁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지고 온 그 빚을 다 갚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자기의 묵은 빚을 갚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능력을 줄 수가 있게 됩니다. 이 얼마나 흐뭇한 일입니까. 남에게 무엇을 주는 것을 가리켜서 보시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시에는 물질로 돕는 보시가 있고 불법의 이치를 말해 줌으로써 깨우쳐 주는 법보시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보시 중의 보시인 무주상 보시가 있습니다.
무주상 보시라는 것은 내가 준다 안 준다는 생각이 없이 그냥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온다 간다는 말 없이 이미 크나큰 것이 틈새도 없이 가는 것입니다. 남을 위해서 진실하게 한생각을 내주는 것이 참 보시입니다. 이것이 물질로 주는 것보다 수십 배, 수백 배의 공덕이 됩니다. 여러분은 대부분 당장에 위안이 되는 물질을 원하시지마는 그것만 보지 마십시오. 멀리 보고 멀리 생각해야 합니다. 물질은 한번 쓰고 나면 없어져 버리지만 한번 마음을 내서 보시하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질처럼 몸이나 편하게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영원토록 진실로써 여러분을 이끌어 주는 것이며, 여러분을 진리로 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세세생생토록 참 이익이 되는 한생각은 바로 보살의 사랑인 것입니다. 자기와 둘이 아닌 곳에서부터 아픔을 함께 느끼며 한마음을 일으키는 자비심인 것입니다. 만약 보시하는 사람과 보시를 받는 사람을 따로 본다면 그것은 이미 참 공덕이 되지 못합니다. 둘로 보지 않기 때문에 바로 그가 곧 나인 것이요,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보시가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을 깊이 새겨들으시기 바랍니다. 그 깊은 뜻을 모르고서는 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알고 보면 이것처럼 진실이 없습니다. 둘이 아닙니다. 아파서 금방 죽어 가는 사람을 보거나 이미 죽어서 떠도는 영(靈)들, 또한 살면서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들…, 그 누구를 막론하고 나는 둘로 보지 않습니다. 이건 내 진실입니다.
그렇게 진실로 남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생각을 냄으로써 진정으로 상대를 이롭게 합니다.

사랑과 자비 앞에는 어떤 지옥도 저절로 소멸돼 버려…

그것이 처음부터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자기 주인공에 모든 것을 믿고 놓는 작업을 시작해서 마침내 남에게도 마음으로써 공덕을 짓는 대장부가 되는 것입니다만, 그러니 이 얼마나 흔쾌한 일이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손 없는 손, 발 없는 발로 세상을 제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이 많고 자비가 너무 깊으니 그가 보살인지 부처인지도 모릅니다. 중생이 원하는 대로 하기 때문에 부처라고 하지만 부처라고 말할 수도 없고, 중생이 원하는 대로 하기 때문에 보살이라고 하지만 보살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습니다. 금방 부모가 되어 주었다가 금방 신장이 되어 주었다가 금방 돌아서면 그대로 공(空)인 것입니다.
여러분은 몸뚱이를 보고 절을 하고 기뻐합니다. 그러나 참 모습은 그런 데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반야심경에도 나와있듯이 마음조차도 모습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만 개로 각각 나눌 수도 있으며, 또 수십만 개가 내 속에 들어온다고 해도 채워진 바가 없습니다.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이 마음, 그러면서도 소소영영하게 할 일은 하고 하지 않을 일은 하지 않으니 이야말로 묘법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런 모든 것의 시작이 주인공을 믿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사람은 독경을 해도 그 독경소리가 대천세계에 울려 퍼지게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경을 읽는다면 불보살께서도 들으시고 귀신도 듣습니다. 온 누리에 두루 퍼지기 때문입니다.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둘이 아닌 마음으로 경을 읽을 때 진정한 공덕이 그 속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을 보면 그저 경은 경이고 염불은 염불일 뿐입니다. 그 깊은 이치를 모른 채 입으로만 외고 있습니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세계의 법망에는 그 정성이 걸리지를 않고 자기나 들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둘 아닌 도리를 아십시오. 그러면 모든 것에 다 감사한 마음이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주인공자리는 조금의 에누리도 없음을 믿고 열심히 정진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이기고 해결할 원력이 그 속에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주인공은 자가 발전소와도 같습니다.
주인공 안에는 일체제불이 계십니다. 삼라 대천 세계의 진실은 다 모여 있습니다. 불보살님의 모든 원력이 다 깃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인들 녹이지 못하겠습니까. 다만 그러한 주인공의 힘을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자리를 믿지 못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몰라서 그렇지 주인공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여러분을 이끌어서 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깨닫는다면 여러분은 모두 감사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릴 것입니다. 사랑이라고 하니까 그냥 세간에서 말하는 그런 사랑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참으로 진실한 사랑,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랑으로 나를 살리는 주인공 그 자리는 스위치만 올리면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리고 가설된 힘을 쓰고 싶은 만큼 꺼내 쓰시기 바랍니다.
그 전력을 꺼내 쓰라고 하지만 사실은 지금도 우리가 쓰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 자리와 하나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중간에 사량으로 막아서기 때문에 못 느끼는 겁니다. 업보다 하는데 사실 큰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야 무슨 업보가 있겠습니까. 마음 안에 가득 찬 주인공의 광력이 있는데 무슨 업보에 끄달리겠습니까?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불법도 예전처럼 믿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에서 남편은 남편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빗나간다 해도 결코 입으로 욕을 하거나 그 몸을 붙들려고 하지 마십시오. 오직 마음에 맡기고 관(觀)하면서 놓아 버리세요. 그러면 서로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전화 번호를 이쪽에서 돌리면 저쪽에 신호가 울려서 상대가 받는 것처럼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의 뜻이 전해지게 되는 겁니다. 이것이 참된 사랑이요, 이 시대의 불법인 것입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보살이 칼산 지옥에 가면 칼산 지옥이 스스로 무너지고, 기름불 지옥에 가면 기름불도 스스로 꺼져 버린다고 말입니다. 그럴 수밖에 더 있습니까. 사랑과 자비 앞에는 지옥이 저절로 소멸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간절하게 맡기고 의연하게 가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번뇌도 한 점 티끌이 용광로에 날아들어 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깨닫고 안 깨닫고를 가릴 것도 없는 그대로의 법(法)입니다. 그만큼 믿음의 위력은 엄청납니다. 그러니 의심하지 말고 그대로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다 눈 있고 귀 있고 코 있고 입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비굴하고 초조하게 살아야 합니까. 의연한 대장부의 살림살이를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활달한 자유인이 되어야 합니다. 여여하게 세상을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한 맺힌 마음, 서러운 마음은 너무나 딱한 모습입니다. 그냥 턱 놓고 쓱쓱 걸어 나가세요. 그렇게 하면 나쁜 일은 좋아질 테고, 좋은 일은 또 좋은 대로 감사하게 생각될 것입니다. 좋다 나쁘다 하는 양면을 모두 놓고 그저 묵묵히 공부해 가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주장심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금(金)으로 된 주장심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금이 빛이 나도록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마음으로 불국토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위 법문은 대행스님 법어집 『한마음』 1호의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한마음선원 홈페이지(www.hanmaum.org나 한마음선원)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