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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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실상사 화림원, 금강경결제 회향 지상중계
조계종 ‘간화선 일변도’위기?

간경결제(看經結制)라는 새로운 결제 방식에 논강(論講)이라는 절집 특유의 토론 방식으로 주목을 받아온 실상사 금강경결제가 지난 8일 실상사 화림원 강당에서 회향됐다.
<금강경>이 조계종의 소의경전임에도 수행풍토는 지극히 비금강경적이라는 현실 진단에서 시작된 금강경결제는 선(禪)을 절대화하고 ‘연기’ ‘무아’를 놓친 채 ‘불성’이나 ‘여래장’을 ‘아트만’과 동일시하는 것은 힌두교적 발상이라는 비판 등 다양한 논쟁을 예고했다.

▲경전읽기와 참선은 동등한 수행 방법이 될 수 있는가?=‘될 수 있다’. 논강 참여자들의 공론이다. “경전읽기와 참선은 동등한 공부방법이다. 경전읽기가 참선과 동등한 수행방법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경전 한 구절에 천착하지 말고, 찰나찰나에 드러나는 내 마음을 관찰해야 한다”(논주 각묵,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정혜쌍수(定慧雙修) 차원에서 보면, 경전읽기와 참선은 별개가 아니다. 다만 불교의 핵심사상인 ‘무아(無我)’와 ‘연기(緣起)’를 한국불교는 잊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경전읽기가 선행돼야 한다”(재연 스님, 화림원 원감)는 등 간화선 우위에서 비롯된 경전경시 풍토가 ‘간화선’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수행 방법과 수행자상에 대한 문제제기=논주를 맡은 각묵 스님은 “금강경의 핵심은 상(샨냐)의 척파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무아’와 ‘연기’를 천명했는데, 한국불교는 생사초월의 근본자리, 영원한 자아 등 힌두교식의 발상으로 무아를 잊고 있다. 이 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간경결제가 <금강경> 이해에 기여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동화사 강주 해월 스님은 “간경결제가 <금강경> 이해에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강경>의 핵심이 상의 척파라는 것은 옳지 않다. 반야바라밀이 핵심이다. 상에 묶이지 않는 반야 지혜의 실천을 이루는 것이다”며 반박했다.
증명법사로 나선 통광 스님(쌍계사 강주)은 “상(相)의 척파와 반야바라밀은 둘이 아니다. 상을 척파하는 것이 곧 반야바라밀이며, 반야바라밀은 상이 척파될 때 드러나는 것이다. 무엇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산냐에 걸리는 것이다”며 논쟁을 마무리 지었다.
한국불교의 세속화 문제도 제기됐다. 도법 스님은 “지금의 수행풍토는 철저히 비금강경적이다. 대형주의·최고주의·물량주의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불교의 세속화에 대한 비판에 상응하는 수행자상의 제시는 <금강경> 핵심사상에 대한 논란에 묻혀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열린 논강’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논강의 밀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금강경>에 대한 참여 대중의 이해 수준이 천차만별인데다가, 사회문제까지 함께 다루는 바람에 논강의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일방적인 강의를 지양하고, 출·재가 대중이 한 자리에 모여 적극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화림원 원감 재연 스님의 자평이다.
반면 도법 스님은 “다소간의 한계와 위험성도 있었다. 특히 현실문제에 대한 의식 빈곤은 한국불교의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못한 채 명쾌한 논리를 세우지 못했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간화선 일변도의 수행체계, 깨달음의 절대화 등 한국불교의 수행풍토와 승가내부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냈다는 점, 영혼을 인정하는 천도 및 제사는 금기해야 한다는 주장 등은 한국불교계에서 민감한 문제들을 끄집어내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남원 실상사=김철우 기자

25일 ‘선우논강’ 선방수좌 대거참석
수행체계 문제점 제기 논란 예상

금강경 결제에서 제기된 수행방법 논쟁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간화선과 위빠사나, 무엇이 같고 다른가’를 주제로 열리는 선우논강(대표 철오)으로 이어진다. 이날 각묵 스님은 ‘간화선에 대한 고언(苦言)’이란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무아(無我)사상을 진아(眞我) 등의 개념과 동일시하는 ‘간화선의 힌두화’,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여 어느 순간 화두가 터지면 부처가 되는 것으로 돈오돈수를 생각하는 ‘힘의 논리 팽배’, 화두만 타파하면 다 된다는 ‘화두 만능주의’, 간화선 권위의 원천인 ‘인가 스승의 부재’ 등 4가지 문제점을 제기할 예정이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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