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함이 최고
로또 복권 열풍이 지나갔다. 아니, 선재가 보기에는 열풍이라기 보다는 광풍에 가까운 유행이 지나갔다. 1등만 하면 이 땅을 뜨네, 마네 하며 온갖 즐거운 상상과 함께 수백억이라는 ‘대박’을 꿈꾸던 사람들의 지금 심정이 선재는 무척 궁금하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것이 선재의 신조인 만큼 선재는 복권을 잘 사지 않는다. 매번 당첨되지 않는 것을 보며 역시 행운이 다가올 정도의 선업을 짓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백억이라는 거금은 그런 선재의 마음까지도 흔들 뻔 했다.
결국 1등 당첨자가 13명이나 되어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이 보통 때의 1등 당첨금 정도라는 소식을 듣고서 새삼 세상 이치라는 것이 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복권이 판매액에 따라 당첨금이 결정되는데, 많이 팔린 만큼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왔으니 말이다.
그러니 세상엔 공짜가 없다. 그 사람들이 가져가게 되는 몇 십억의 당첨금은 결국 단돈 만원도 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돈이 모인 것이고, 그들의 행복이란 손에 들고 벌벌 떨며 가슴 졸이다 “그럼 그렇지” 하며 찢어버린 출력지에 묻은 한숨이 모인 것이다.
수백억이라는 기쁨에서 수십억이라는 상대적인 슬픔을 겪지도 않고 한껏 부푼 기대가 사라져 아쉬울 것도 없는 선재가 어쩌면 가장 마음 편한 1등이 아니겠는가?
지나가 버린 것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할 때 그 안색은 깨끗해진다. <법구경>
조그마한 즐거움을 버리고 커다란 즐거움을 얻으려 한다면 깨우침의 큰 즐거움을 바라고, 작은 즐거움을 버려라.
<법구경>
욕심은 불이나 칼, 독이므로 쾌락을 구해서는 안된다. 온갖 욕심은 마치 불이 맹렬히 타는 것과 같다. <정법염처경>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