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의 문화유산’으로 개념 확대해야”
문화 NGO 단체인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문화유산위원회(위원장 강찬석)는 7일 ‘국가문화유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조직 개혁방안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과 김정동 목원대 건축학과 교수가 기조발제를 맡았고,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등 문화재 전문가 11명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문화연대 측은 “문화유산의 보존 관리가 박물관, 문화재청으로 이원화되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두드러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밝혔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통합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국가 전체의 문화유산 정책 차원에서 포괄적,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문화재에 대한 정책의 흐름이 발견에서 활용까지 연속되며 상호 관련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통합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주장했다. 장호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역시 “중앙정부 조직을 국가유산 총괄 기구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현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의 계승, 창조, 활용이 문화부의 예술, 문화산업, 관광정책과 연계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더 나는데 이러한 연계가 약화된 측면은 없는지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최종호 한국박물관학회 사무국장은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 정체성은 문화재청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통합해서는 안 된다”며 “문화재청은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데, 박물관은 활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조직을 개편하고 정부 예산을 운용해야 한다”며 통합을 반대했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장도 “한 나라의 대표적인 박물관은 독립기관화, 위상강화가 국제적 추세”라며 이를 거들었다.
정종수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문화재청은 보존ㆍ관리를 주 임무로 하는 정책 행정기관이고 자체 사업보다 보조금ㆍ지원금 위주의 문화재 보호 정책이 강하다”며 “보조금ㆍ지원금 위주의 문화재 보호 정책 경향 하에서는 국민의 다양한 문화 향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박물관 고유 기능은 물론 생산력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황기원 국제기념물및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집행위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각각 정체성을 확립하고 고유한 업무를 수행하는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 개념의 재정립 기조 발제를 맡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현행 문화재보호법 상 문화재라는 용어는 단순히 재산가치가 있는 재물을 말하는 편협한 용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토론에서 허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교육문화팀장 역시 “고고 미술사적 측면의 협의적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인류학, 환경학, 인문사회적 접근으로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근 문화재청 문화재기획과장은 “일본에서 전래된 그대로 ‘선조들이 남긴 유ㆍ무형의 유산’을 ‘문화재’라 명명함으로써 용어상으로 재화적 가치가 중시될 수밖에 없었다”며 “정신적ㆍ전승적 가치까지도 포괄하는 ‘유산’ 개념을 도입해 ‘광의의 문화유산’ 개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타 임승빈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네트워킹을 통한 각급 문화재 행정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하나의 조직이 비대화되는 것보다는 각각의 조직의 장점을 살린 네트워킹 구조 형태의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춘근 문화재기획과장은 “정부 각 기관은 물론 관련기관 및 시민단체 등의 공조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건 문화재연구소장은 “문화재 보존과 관리, 활용과 관련해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전통문화유산과 관련한 전문인력이 확보되고, 전문인력에 의한 문화재 정책이 수립, 진행되는 시스템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호수 문화재전문위원은 “공무원 직제에 ‘문화재직’ 신설을 검토하는 등 문화재 행정 전문가 양성과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