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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국보보류 유감
권형진 (취재1부 기자)

“사람이 움직여야 하나, 유물을 옮겨야 하나?” 불상이나 불화, 서적 등 움직일 수 있는 동산문화재의 국보ㆍ보물 지정 심의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국보 지정이 예고된 <삼국유사> 서울대 규장각 소장본 권1~5(보물 419-5호)가 운송 문제를 둘러싼 문화재청과 규장각의 신경전으로 국보 지정에서 보류됐기 때문이다. 규장각이 “운송 과정에서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고 버티자 문화재위원회는 현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정 심의를 보류했다.
사실 <삼국유사> 건은 겉으로 불거진 사례일 뿐 이 같은 잡음의 가능성은 늘 있었다. 얼마 전 지방 모 사찰 소장 유물도 지방문화재에서 보물로 승격시키기 위해 문화재위원회 심의 대상에 올랐지만 현품을 제출하지 못해 심의가 보류됐다.
동산문화재가 국보나 보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문화재위원회에 유물을 직접 제출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 왔다. 문화재청은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동산문화재는 위작 문제가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갖고 올 수 있는 유물은 직접 갖고 오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원칙에는 대부분 동감한다. 그러나 문화재위원들이 현장으로 가지 않고 귀중한 유물을 옮겨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도 있다. 전문가도 없이 소장자가 이송을 맡으면 유물이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재위원 열 몇 명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존의 기본 원칙인데도 최고의 전문가들인 문화재위원들 스스로가 ‘편의’ 때문에 그 ‘기본’을 너무 쉽게 무시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200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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