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는 뭔가 불안한 마음으로 민족의 최대 명절이라는 설을 보냈다. 세계의 화약고라는 중동 지역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미 지난 달 28일 ‘당장이라도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다’고 선언하며 동맹국들의 지원이나 유엔 결의 없이도 독자적으로 전쟁을 감행할 수 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예전 석유파동 때를 연상시키는 여러 가지 에너지 수급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하다.
왜 꼭 미국은 공화당이 집권하면 전 세계를 전쟁으로 떨게 하는지 선재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에게 겨누던 보복의 칼날을 이라크로, 북한으로 옮기며 전쟁의 기회를 엿보고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악의 축’이라는 듣기에도 섬뜩한 별명이 붙여졌다.
미국이 결심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이 상황을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공화당인 레이건 대통령 때인 1986년 챌린저호의 폭발 사고 이후 다시 콜럼비아호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직후 테러 가능성을 운운하는 성급한 보도를 보며 선재는 별 걸 다 전쟁과 연결시키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혹시 전쟁의 기운이 있을 때마다 일어나는 사고가 뭔가 의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재가 들은 이야기.
싸워 이기면 원수가 많아지고, 패하면 누워도 편치 않다. 이기고 지는 일 이 두 가지를 함께 버리면 자나 깨나 고요한 즐거움이 있다. <잡아함경>
싸움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이기면 다시 이겨야 하고 항복받으면 다시 항복받아야 하며, 해치면 다시 해쳐야 한다. <중아함경>
싸움터에 나가 천번 싸우고 천명의 적을 이기는 것보다도, 자기에게 이기는 자야말로 최상의 전사이다. <법구경>
새해에는 진정한 세계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