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선거(24일)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대통령 선거처럼 불교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지 기대를 갖게 한다. 새천년 들어 처음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승가와 재가단체 지도자, 평범한 한 불자를 통해 ‘어떤 총무원장이 나와야 할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현각 스님(조계종 전 종회의원)
도덕성·급변사회 지도력 갖춰야
조계종단은 한국불교 1600년의 전통과 정통성을 계승하고 대표하는 종단이다. 따라서 종단의 수장이 되는 총무원장은 도덕성과 신뢰성, 종단운영 능력을 함께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이번 총무원장에 선출되는 분은 첫째 종교지도자로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품성과 수행을 겸비하여 국민과 종도들의 귀의처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할 인물이 없다는 국민들의 자괴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1000만 불자와 12,000여 명 조계종 승려, 3000여 조계종 사찰의 대표로서 경영능력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역사적 산물이다. 역사 속에서 흥망성쇠의 요인에는 지도자의 능력과 철학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음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의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불교정신을 토대로 한 종책의 실천자이어야 한다. 불교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크고 작은 불사나 행사들이 불교정신을 외면하고 시류에 영합하는 시행착오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섯째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갖는 보살의 실천적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총무원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의지를 갖고 종도들을 설득하고 이끌어 간다면 국민과 종도들에게 신뢰받고 존경받는 종단이 될 것이다.
이번 총무원장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분이 선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혁재(재가연대 집행위원장)
미래지향 종무·화합 이룰 인물
새로운 총무원장 스님은 새 시대 불교의 기초를 닦아야 한다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예부터 중 벼슬은 닭 벼슬보다도 못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날 권위주의정권과 손잡고 중 벼슬에 집착하던 권승의 무리들이 있었고, 그 무리가 불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에 맞서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있었고, 마침내 개혁불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개혁불사로 한국불교가 다시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올바른 개혁불사는 한국불교 전반에 수행의 기풍과 계율이 뿌리를 내리는 지점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쌓였던 문제점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개혁불사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게 겪었고, 개혁불사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개혁불사를 마무리하고 불교가 불자들에게 그리고 사회를 향해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시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개혁 과도기를 거쳤던 전임 총무원장의 소임이 흔들리는 종단을 바로잡는 것이었다면 차기 총무원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종무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차기 총무원장은 안정 속의 개혁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불교의 화합(조계종 내부의 화합, 종단끼리의 화합, 재가와 승가의 화합)을 이룰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타종교와의 화합, 그리고 사회와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총무원장이었으면 좋겠다. 계율에 엄격하고 수행에 정진하는 것은 당연한 기본조건이다.
남혜정(주부·서울 송파구)
사회적 존경 받는 지도자 돼야
이번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국민들이 느낀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변화’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것은 이제 더 이상 구태의연한 생각과 방식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대선이 끝난 후 변화의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감지할 수 있는 이런 변화의 기운을 불교계라고 해서 내 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 뽑히는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다종교사회라 해도 전통 문화의 뿌리는 불교에 있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조계종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다. 따라서 그 행정의 수장인 총무원장 역시 당연히 불교계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기는커녕 온갖 비리의 ‘중심’인 듯한 인상을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새천년 처음 뽑히는 총무원장은 부끄럽지 않은, 참다운 종교지도자가 되었으면 하는 게 불자로서 한 바람이다.
그리고 한국 불교의 장점은 수행 전통에 있다. 수행은 철저한 지계 정신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총무원장에게 또 하나 바라는 것은, 수행 전통을 굳건히 세웠으면 하는 것이다. 불교계의 변화는 스님들이 승가 본연에 충실할 때 가능하고, 그럴 때 불자들 역시 진정한 외호 집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