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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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은 연생연멸 한다
인간복제 ‘연생연멸’시각서 봐야
법제도 갖추면 큰 문제 없을수도

연생연멸(緣生緣滅)의 법칙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나 인연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소멸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세상이 복제 인간 문제로 시끄럽기 때문이다.
인간을 복제하는 것은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인간을 복제한다는 것은 양성 생식의 인간을 단성생식 상태로 환원하는 것이기에 진화적 퇴보에 불과하다고. 인간이 유전학적으로 단성생식에서 양성생식으로 진화한 이면에는 인간의 생존과 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있었을 것이며, 그러한 자연의 법칙을 어긴다면 질병을 비롯한 생명의 질서를 파괴한 피의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그러면서 복제 양 둘리를 비롯해 이제까지 시험관을 통해 세상에 탄생했던 복제 동물들이 온전하게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혹자는 복제인간이 치료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어떤 사람이 장기 이식을 필요로 하는 질병에 걸리는 경우 인간을 복제하여 그의 장기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인간의 생명이 다른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면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분명하다. 이러한 주장들이 논리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이면에 시간개념이 빠져 있다.
똑같은 인간의 복제는 현대의 과학기술로선 불가능하다. 현재 떠들고 있는 인간 복제란 체세포나 그 핵을 이용한 단성생식으로 인간을 탄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여성의 자궁을 거치지 않을 수 없으며, 영아의 상태로 태어나 다른 아이들과 같은 성장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복제 인간이 설사 의료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우선 시간이 필요하다. 동일한 염색체를 지니고는 있지만 성장과정에서 사회 문화적 환경의 차이에 따라 외모나 사상은 달라질 수 있다.
필자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사색을 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며, 불교적 해답은 무엇이라 제시할 수 있는가. 결국 불교는 연생연멸의 이론에 따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란 생각이다. 많은 견해 중의 한 견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보다 정확한 해법을 찾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서 필자의 소견도 밝히고자 한다.
남전대장경 상응부에는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아난존자와 나눈 일단의 대화를 전하고 있다. 아난과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문답을 한다. “부처님, 소멸이다, 소멸이다 하시는데 도대체 어떤 것이 소멸하기에 소멸한다고 말하십니까?” “물질은 무상(無常)이다. 원인이 있어서 모든 것은 생겨났으며, 조건[緣]이 갖추어져 생겨난 것이다. 때문에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고, 쇠퇴하는 것이며, 탐욕을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소멸하는 것이기에 멸(滅)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문답은 계속 진행되어 감각, 표상, 의지, 분별력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동일한 형태로 설명되고 있다. 즉 인간과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요소 즉 5온이란 것은 모두 원인과 조건이 구비되면 생겼다가 원인과 조건이 갖추어지면 없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부처님의 제자들은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항상 변하고 있다는 사실(무상)을 직시하고 이들에 대한 탐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잡아함경>1: 11경과 3: 28경에서도 태어나고 소멸하는 것이 인연에 따르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인연 역시 항상 변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인간 복제를 연생연멸의 논리에 따라 해석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우선 원인은 인간들의 욕망이라 말할 수 있다. 조건은 과학자 내지 아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현대문명의 과학기술 수준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발전해 있다는 것이다. 원인과 조건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기에 이미 복제 인간의 탄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 이제 인간 복제는 기술적 차원을 벗어나 가치와 윤리의 문제로 전이되어 있다. 인간들의 이성과 윤리의식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자폭탄이 악용되면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지만 선용되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과학기술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것은 유신론적 입장에선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창조는 신의 고유 권능으로 간주해 왔으며, 이러한 권능에 대한 도전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현대과학기술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여 신의 절대 권능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양이 신의 권위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진정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신이란 관념적 우상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법적인 제도를 구비하게 된다면 세상이 난리치듯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이 인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기분은 나쁘지만 말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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