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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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의 풍선
누구나 공감하는 상식이어야…

촛불보살께 차 공양드리러 가는 선재의 발길을 막아서는 것이 있었다. 풍선이었다. 광화문의 촛불이 어느 틈에 초록색 풍선으로 바뀌어 태극기와 성조기와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녹색 풍선은 말한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니 미군의 철수를 반대한다”고.
특정 종교인들이 모인 이 행사에서 어느 목사님이 이렇게 기도했다. “6·25 동란 때 16개 UN군을 보내 침략군으로부터 이 땅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국민 중에도 안보의식이 없어 사태의 심각성을 망각한 채 반미를 부추기는 무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디 이 죄를 회개하는 새 운동을 일으켜 주십시오.”
선재는 이들이 선재가 가려는 길과는 참으로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선재는 그저 여동생 같은 두 여중생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조용히’ 하고 있을 뿐인데, 초록색 풍선은 선재가 하지도 않은 말을 퍼뜨리며 선재를 이 땅에 전쟁을 일으키려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가려는 길이 다르니 이들을 외도(外道)라고 불러야겠다(邪道라고까지는 말하지 말자). 다른 종교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선재가 외도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외도는 간단했다. ‘연기로 설명되는 불교의 정법을 걷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이치를 따르는 것이 불교다. 정법이란 곧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이어야 한다. 그리고 정법은 사실을 비틀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정법이 아닌 것, 상식이 아닌 것은 모두 외도이다.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하고 있지 않은 일을 있다고 하는 것, 그 또한 외도이다. 그 속엔 분명 나쁜 의도가 있다고 선재는 믿는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법과 다른 것’은 언제나 틀린 것이다. 선재는 상식 밖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상식의 소중함을 새겨본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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