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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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삶 좀먹는 ‘대박의 꿈’
김상득 교수
전북대·윤리학

“꿈★은 이루어진다.” 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월드컵이 안겨다 준 정신적 자산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대박의 꿈은 이루어진다”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해 연말에 새로 선 보인 로또 복권에 어느 평범한 40대 가장이 국내 복권 사상 최고액인 65억 원에 당첨되어 우리에게 ‘대박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로또 신드롬’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복권만이 아니다.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등 우리 나라 사행산업의 규모는 해마다 20~30%씩 고속 성장해 금년에는 무려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리만큼 사행산업은 번창 일로를 달리고 있다.
꿈은 아름답다. 그러나 꿈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꿈이 창조적 노력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창출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권이나 카지노를 통한 대박의 꿈은 노동을 통한 삶의 의미 찾기가 아니라, 거꾸로 일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려는 향락주의 인생관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꿈은 아름답지 못하다. 아니 이런 꿈은 하나의 아편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복권이란 꿈에서 왜 벗어나지 못하는가?
첫째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한탕주의 문화 조장이다. 주택 건설, 스포츠 육성, 지자체 세수 확대 등을 목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투어 사행사업을 장려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함으로써 ‘나도 대박의 꿈’ 심리를 조장하는 데 한 몫 거들고 있다.
둘째는 열심히 일해도 꿈을 이룰 수 없는 사회적 현실이다. 국가적으로는 월드컵 4강이 현실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그것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돈 없이는 사회적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사교육비 증가로 국민의 기본권인 교육의 권리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그리고 경제적 여건 악화로 열심히 일해도 직장 하나 제대로 잡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유일한 탈출구는 대박(?)밖에 없지 않는가? 65억 원 복권 당첨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애들 과외시킬 수 있겠네요”라고 한 말은 이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셋째는 한국인들의 두 가지 잘못된 심리이다. 하나는 ‘설마’의 심리요, 다른 하나는 ‘혹시나’의 심리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설마’ 하면서 안심하는 반면에 좋은 일에 대해서는 ‘혹시나’ 하면서 막연한 기대 심리를 갖고 있다. 현재 복권, 경마, 경륜, 카지노 등에 어른이나 젊은이 할 것 없이 기우뚱거리는 이유 역시 이러한 ‘혹시나’의 심리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까 사회적 여건과 우리 국민의 ‘혹시나’ 심리가 하나 되어 복권 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혹시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철저히 준비해야 하고, 좋은 일에 대해서는 “설마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하면서 헛된 기대감을 갖지 않아야 한다. 기대감이 크면 클수록 인생의 행복과 기쁨은 그 반대로 줄어든다. 행복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어떤 목표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 또는 그 결과로써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의 경우, 행복을 얻기 위해 사랑하면 행복은커녕 그 사랑조차 지속되기 어렵다. 오히려 행복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고 서로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함에서 혹은 그 사랑의 결과로 우리는 인생의 행복을 맛보지 않는가? 대박의 꿈과 한탕주의로 우리는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행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2003년, 행복지수가 높아지기를 원하는가? “행복하려고 노력하기를 중단하면 아주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작가 에디스 워튼의 말을 기억하자.
200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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