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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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법어 한글화
해마다 새해가 되면 각 종단에서는 종정 신년 법어를 발표한다. 신년 법어뿐 아니라 초파일이나 결제ㆍ해제 때도 마찬가지다. 일부 종단에서는 법어를 한글로 풀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한문 법어가 대세를 이룬다. 이에 대해 한글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한문 법어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법어의 한글화 문제에 대한 찬ㆍ반 의견을 들어본다.



우리 시대 언어로 법어 내야
김재영 법사(동방불교대학 교수)

불교계 신문들을 보니, 올해에도 많은 선지식들이 신년법어를 발표하고 있다. 중생들을 아끼고 염려하는 그분들의 관심에 경의를 느끼면서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고귀한 말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상쾌하지 못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초파일·결제, 해제·신년·성도절, 일년에 몇 차례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체험해 오고 있다. 선지식들의 법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법어란 무엇인가? 붓다를 대신하여, 붓다의 가르침을 대중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자기류의 감상을 토로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법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법어가 붓다-다르마라는 보편성 위에 확고히 입각해야 한다는 진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선 붓다 석가모니의 근본 가르침을 담아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붓다 석가모니의 근본 가르침을 전제로 하지 않는 불교는 이미 불교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법어는 우리 시대 보통사람들의 언어로, 보통사람들의 일상적 체험에 기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문투의 문장을 한글로 표기하고 해석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대 민중들의 고통과 문제를 통찰하고 그들의 소박한 염원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실체적 방안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널리 베풀고 계를 지키면 하늘나라 간다.” 이렇게 명료하고 평이하면 왜 안 될까? 수백년 전 중국 조사들의 선(禪)거래식으로 모호하게 포장된 것이라면, 대체 그런 법어를 누구더러 읽으라고 하는 것일까?



큰스님 메시지 한문이 더 효과적
원철 스님(조계종 종정 예경실장)

큰스님들이 내리는 신년 법어나 초파일 법어, 결제, 해제 법어를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한글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는 것으로 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주장이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법어가 한문 형식을 취해온 것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옛 선사들을 보더라도 큰스님들이 당신께서 깨친 경지를 단박에 전해주는 데는 한문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점은 누가 법어를 내리는가 하는 문제이다. 지금 법어를 내리시는 큰스님들은 어릴 때부터 한문으로 교육받아온, 한글보다 한자에 더 익숙한 한문세대이다. 당연히 당신께서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에 무게중심을 두고자 할 경우 한글보다 한문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요즘은 법어를 내리실 때도 한문으로만 하는 경우는 없다. 국한문 혼용체를 쓰거나 한문으로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한글로도 풀이해 놓고 있기 때문에 그 뜻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반불자들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대중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므로 인위적으로 한문세대인 지금의 큰스님들에게 한글 법어를 강요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글로 교육받은 지금의 젊은 스님들이 종단의 어른으로 성장해 법어를 내리는 위치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200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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