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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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 살인보다 더 무서운 범죄”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

복제인간의 탄생 소식이 전 세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간복제가 인권 파괴, 인간성 파괴, 인륜의 파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간을 신의 창조라고 믿는 종교인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다. 그들은 생명의 창조는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생명창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과연 인간복제가 인권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일까? 생명의 창조는 신의 영역이고 인간복제는 인위적인 생명창조일까? 그리고 이러한 것이 인간복제가 지닌 문제의 핵심일까?
인간복제나 생명복제는 잘못된 말이다. 인간이나 생명은 복제될 수 있는 사물이 아니다. 생명복제의 과정에서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체세포도 기존의 생명체에서 얻고, 난세포도 기존의 암컷에서 얻으며, 그 세포를 키우는 것도 암컷의 자궁이다. 단지 자연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일어나게 할 뿐이다. 따라서 생명복제는 보다 엄밀히 말하면 생명조작이다.
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생명조작은 생명의 실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위험한 장난이며, 모든 생명에 대한 범죄행위이다. 생명이란 개체적인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서로 인연으로 연결된, 시공을 초월하여 ‘연기(緣起)’하는 ‘하나’이다. 이러한 불교의 연기론적 생명관은 현대의 생태학적 생명관과 일치한다.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생물이 지구의 표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이 곧 지구의 표면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지구는 살아있다. 생물은 자기 완결적이고 자율적인 개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생물과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공동체이다. 최대한의 생리학적 범위에서 보면 생명은 지구 표면 그 자체이다”고 주장한다. <화엄경>의 “생명은 온 법계에 충만하다(法身充滿於法界)”는 말과 다르지 않다.
생명은 진화한다. 진화의 과정 가운데 인간은 단성(單性)생식이나 무성(無性)생식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인간복제, 즉 인간이 체세포로 생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것을 입증한다. 그런데 인간이 단성생식을 버리고 양성생식으로 진화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재 동물복제의 경우, 50% 이상이 사산(死産)하고, 출산하는 경우도 대부분이 기형이 되며, 기형이 아닌 경우에도 수명이 절반 이하가 된다고 한다. 인간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심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모를 통한 양성생식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생식법이기 때문에 고등생명은 양성생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체세포에 의한 단성생식이 가능하다고 하여 그러한 생식법을 실용화하려는 것은 과학의 진보가 아니라 진화적 퇴보일 뿐이다.
우리의 존재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기원은 40억 년 전부터 계승되어 온 생명의 출현에 있으며, 나아가 우주의 기원과 함께 한다. 우리 인간은 이러한 생명의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 이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40억 년이 넘는 시간을 통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체들의 참여 속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 현재의 생명이며 인간이다. 이러한 조화롭고 안정된 생명과 인간을 조작한다는 것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조화가 깨지면 모든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따라서 공동체로서의 생명을 무시하고 사적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생명을 조작하는 일은 개체생명을 살생하는 일보다 훨씬 무서운, 전체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이다.
200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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