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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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스님
교회 인수 법당으로 꾸며
청소년 교화 남다른 노력

어쩌다 길을 갈때면 반갑지 않은 손님이 아주 가까이 다가와 “하나님을 믿어야 천국에 간다”고 외치며 그것도 모자라 그들이 말하는 “말씀”까지 한 장 쥐어주고 간다. 그들의 얼굴에는 승복과 염주를 ‘사탄’으로 보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래도 길을 갈 때는 괜찮은 편이지만 버스 안이나 전철, 기차 안에서는 그 사람이 내릴 때까지 치러야 하는 곤욕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사탄’이, ‘말씀이 이루어지는 곳’을 인수하여 장엄하게 불보살의 도량으로 변모시켜 ‘말씀’을 걷어내는 작업을 한 것을 보면 그들은 이를 두고 무어라 말할까.

여기 그 작업을 스스럼없이 해낸 스님이 한 분 계시다. 바로 적인 스님이다.

적인 스님이 수행하는 도량은 참으로 특이하다. 조치원 역에서 내려 금방이라도 찾을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곳은 전통의 사찰이름, 즉 사(寺)나 암(庵)이 아닌, 문화원으로 불린다. 불교문화원이라, 아직 익숙하지 않는 사람은 절이라는 수행처로 이해하기 보다는 불교의 문화를 전달하는 장소 정도로 착각하기 쉽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으니 말이다.

적인 스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동학사로 출가하여 동학강원과 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고 이후 복지 시설에 들어가는등 복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스님이다.

스님이 조치원 문화원과 인연을 가진 것은 9년전. 불심이 깊은 그곳의 몇몇 신도들이 모여 문화원이란 공간을 만들었고 또 스님을 한 분 모시고 싶다는 원력으로 적인 스님이 인연이 되어 가게 되었다. 스님이 그곳에 가서 일년쯤 되었을까, 부근 교회를 팔려고 내놓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새로 절을 짓는 번거로움 보다 교회를 인수해 법당으로 꾸민다면 이 지역에 이보다 더 큰 포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임원 신도들에게 말하였지만 흔쾌히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하나는 재정적 문제 때문이고 또 하나는 교회 인수라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님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하나 하나를 일일히 설득하여 간신히 그 교회를 인수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 그러자 교회측에서도 절이 들어선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는지 한동안 밀고 당기고 결국 스님의 원력대로 교회를 인수하여 십자가를 걷어내고 부처님을 모시는데 성공했다. 모두가 당연히 가질만한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부수어 버린, 정말 용기있는 스님이 아닐 수 없다.

조치원 불교문화원은 다른 사암과는 다르다. 밖에서나 안에서나 절집을 닮은 형태는 없지만 참으로 개성있는 도량이다. 한번 상상을 해보시라. 우뚝 솟은 교회 건물에 절을 상징하는 만(卍)자를 달고 부처님을 모신 모습을 말이다.

조치원 부근에는 사찰들이 꽤 있지만 적인스님 만큼 청소년 포교를 헌신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는 스님은 드물다. 매주 어린이 법회는 물론, 청소년들을 위해 시내에 청소년 자원봉사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또 사찰 안에서 10여명이 되는 고등학생, 대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집에서 공부가 안되는 학생, 약간 문제성은 있지만 그 문제성을 스님의 힘으로 교화해 보겠다고 받아들인 아이들, 그 아이들은 고아가 아니다. 하지만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이곳 문화원 스님 품으로 와 함께 생활하고 공부한다. 스님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그들중 어떤 아이는 전교 1, 2등의 성적을 올리게 됐다. 일요일 어린이법회 때는 그들 모두가 지도교사가 되어주는, 참으로 아름다운 일들이 매일 매일 피어난다. 늘 어린이 청소년들과 부대끼면서 모든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정말 살맛 나는 포교를 하는 곳이 그곳이다. 그렇다고 그곳이 재정적으로 넉넉한 사찰은 결코 아니다. 들어오는 보시금을 어떻게든지 다 신도들에게 회향하는 적인 스님.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모양으로 자신을 연마하고 다듬어 가느냐는 자기 자신에 달려 있지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적인 스님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수행도 마찬가지다. 스님들 각자의 원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그 모두가 수행자이기 때문에 해 낼 수 있고 만들어 질 수 있는 멋진 작품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떨쳐버릴 수가 없다. 작은 사찰이든 큰 사찰이든 그것을 이끌어 가는 스님들은 최고의 지도자들이다. 그 지도자들이 앞에서 부처님일을 열심히 아름답게 그리고 멋지게 펼쳐 갈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은 불자들의 몫이다. 누구나가 제 몫을 하고 제 자리를 찾을 때 이 사바는 불국토로 만들어 질 것이고, ‘사탄’이라고 부르는 이교도까지도 포용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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