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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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관 스님
동인지 활동·문학상 제정
불교문학 발전에 공헌

문혜관 스님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해남 대둔사로 출가 득도하였다. ‘혜관’ 이란 법명을 쓰는 스님들이 많기에 그들과 구분하기 위해 문씨 성을 붙였다. 대둔사는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휴정서산 스님을 비롯 편양언기, 초의 스님 등 수많은 고승들이 수행 정진한 유서깊은 고찰이다. 그리고 해남은 조선시대 고산 윤선도와 다산 정약용 등 많은 대 문호들이 귀양와서 대둔사 스님들과 교류하며 시와 차를 음미하던 고장이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차 한잔에 시 한구절 음미하는 것과 창 한가락 하는 정도는 누구나 하는, 예사로운 일이다. 혜관스님도 대둔사에 있으면서 그곳을 찾는 수많은 시인묵객들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고 타고난 문학적 감성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그를 시인이 되게 했다.

혜관 스님이 문학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시기는 80년도에 중앙승가대학을 마친 후 다시 대둔사로 내려가서 해남의 남촌문학 동인으로 작품을 발표하면서 부터이다. 그러던 그에게 엄청난 시련이 있었다. 간간이 지뢰 터지듯 발생하는 종단사태의 여파로 80년대 중반 예전부터 대둔사에 살고있던 박한영 스님 계통의 제자들이 갑자기 내몰리게 되었다. 그때 혜관 스님도 출가본사인 대둔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혜관 스님은 심성이 매우 곱고 여린 사람이다. 그는 대둔사를 인연하여 득도하였고 또 그 대둔사로 인하여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아직도 그는 대둔사와 해남에 대한 애정을 가슴 가득히 안고 살아간다.

혜관 스님이 대둔사를 떠나 서울로 거처를 옮긴 것은 불교문학적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오현, 정휴, 청화, 성우, 진관, 지현 등 상당수의 승려 시인들이 왕성한 활동을 해오다가 80년대 중반부터는 활동이 뜸해졌다. 이 무렵 서울로 오게된 혜관 스님은 우여곡절 끝에 90년 4월 불교문학포교원을 홍은동 백련산 기슭에서 열고 5월 ‘큰 수레 글 나눔’이라는 시 동인을 결성하여 문학활동을 시작하였다.

<촛불 없이도 이 어둠을>이란 첫 동인 시집을 91년 10월에 냈다. 책을 배포하고 난 다음날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미당 서정주 선생의 글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베껴 쓴 어리석은 중생이 있었다. 혜관 스님은 미당 선생을 찾아가서 자세히 살피지 못하여 과오를 범했다며 사죄드렸더니, 불교문학 발전을 위하여는 더 큰 어려움도 감내해야 한다며 오히려 격려를 받고 왔다. 그후 동인지 <돌의 탄생>과 <이슬을 털며>, <길 없는 길에 서다>를 냈고, 무크지 <문학과 삶>을 1회 발간 후 계간 <불교문예>를 95년 겨울호부터 지금껏 발행하고 있다. 또 91년부터 94년까지 ‘삼오문학상’을 제정, 운영하다가 95년부터 ‘현대불교문학상’으로 명칭을 개칭하여 운영하고 있다. 시동인 ‘큰수레 글나눔’으로 시작하여 지금의 ‘현대불교문인협회’가 되기까지, 또 계간 <불교문예>와 ‘현대불교문학상’을 현재의 위치에 이끌어 놓기까지 혜관 스님의 현신적인 노력과 원력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한국문학은 우리 나라에 불교가 전래되면서부터 비로소 문학적 형태를 갖추어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불교는 한국문학의 태생적 근원지라 할 수 있으며, 삼국시대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근, 현대에 이르기까지 불교사상은 한국문학의 큰 줄기를 이루어 왔다. 한국문학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향가는 불교의 본래 목적인 중생교화와 해탈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이후 조선시대까지의 구비문학에서 시, 소설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도 불교적 구원사상이 배경으로 되어왔다. 이렇듯 우리문학은 불교 속에서 태동하여 성장했으며 근, 현대에 이르러 서구문학의 영향을 받아 보다 체계적이고 시험적인 발전을 하게되었다. 그 과정에서 불교적 사유와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며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명작들을 남겼다.

문학은 어느 특정집단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매스미디어 시대인 현대 사회는 나(我)를 어떻게 보다 양질의 정보화를 시킬 것인가 경쟁하는 사회이다. 보다 양질의 정보화를 시키기 위하여는 무엇보다 자기표현 방법을 개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문학은 현대의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그 어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불교문학은 시 쓰고 소설 쓰는 몇몇 사람들만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조계종단에서 상당한 지원을 받고있지만 아직도 최소한의 활동을 하기에도 힘겹다. 좋은 작품을 돈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을 돈으로 살 수는 있다. 가장 최상의 문학작품이 부처님 경전이라고 볼 때 지금은 현대인의 정서를 불교적 사유와 그릇으로 담아낼 수 있는, 이에 버금가는 문학작품이 필요하다. 불교 문학에 보다 폭넓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최상의 문서포교일 것이다.

■정취암 한주
200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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