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우 (취재1부 차장)
조계종 의제실무연구회는 9월25일 총무원 회의실에서 법계를 구분하기 위해 가사에 부착키로 한 휘장의 시안품을 놓고 모양과 색상, 재질에 대한 토론을 벌인결과 무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불교계 신문 취재기자들의 생각은 회의에서 내려진 결론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우선 가사에 금속으로 된 휘장의 부착 모습이 어쩐지 승가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 보였다. 여섯 가지 색깔로 법계를 구분함으로써 승가를 ‘계급화’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보였다.
이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몇몇 중진 스님들과 선원 강원 등의 견해를 들었다. 거의 대부분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불교의 평등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 대다수가 실효성 여부에 의문을 표시했다
심지어는 “우리가 무슨 군인이냐”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스님도 있었고, 법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그 방식 외 다른 방법은 없느냐”며 금속 휘장 패용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스님도 적지 않았다.
조계종은 6년 전부터 신도등록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99년부터 시행된 사미의제 착용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제도를 따라야 할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승가위계를 바로잡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진정한 승가 위계는 ‘제도’로 세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계가 너무 엉망이어서 ‘제도’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계급화’가 돼서는 곤란하다. 현실성이 없거나,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는 제도는 혼란만 부를 뿐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모두가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으면 된다. 의제실무연구회가 찾아야 할 답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