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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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광스님 (2)
공부·후배돕기 남다른 열정
전화 한통화 美생활 큰 위안

휘광스님은 열정이 많고 부지런한 분이다. 많은 스님들이 포교의 현장에서 또는 불사를 일으킴에 그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지만, 휘광스님은 특히 공부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후배스님을 돕는데 주저가 없고 헌신적이다.
몇년전 한 후배스님이 미국행을 결심했다. 부족한 공부와 미국포교의 원력이 어우러져 인연을 맺은 것이다. 차근히 준비를 했지만 마음이 급했던 그 스님은 종교비자를 신청한 상태에서 여행비자를 이용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먼저 짐을 옮겨 놓겠다고 눈에 띄게 많은 양의 책을 가져간 그 스님은 공항에서 제지를 받게 되었다. 종교비자 발급을 마무리 짓지 않고 들어간 까닭에 불법체류 목적자로 오해받아 입국을 거부당해 공항에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입국거부로 인해 기존의 여행비자도 취소당하고 이미 신청한 종교비자를 받는 일도 힘들게 되었다. 가뜩이나 힘든 종교비자 발급을 더 어렵게 만들고 만 것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당시 무불선원에서 함께 지내던 미국인 현각스님과 상의하며 해결책을 모색해 보았다. 하지만 미국 스님의 입장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수덕사 주지스님까지 나서서 결국 그 어렵다는 종교비자를 받아 그 스님이 미국행 비행기에 다시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음으로 양으로 휘광스님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뉴욕에서 절을 운영하며 포교에 수고하고 계시는 휘광스님은 잘 알지도 못하는 후배스님을 위해 사찰의 재정 및 신도, 시설현황에 관한 복잡하고도 적지 않은 서류들을 주저없이 보내주었고, 여러 번의 전화통화를 통해 쉼없이 격려해주었다. 결국 그 인연으로 후배스님은 휘광스님이 계신 뉴욕 불광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미국입국 후에도 어려움 없이 정착이 가능하도록 거처와 학교, 운전면허취득 등의 세세한 제반문제를 적극적으로 돕고 계신다.
휘광스님 자신이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여건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스님은 귀국길에 오르기보다는 뜻을 돌려 포교의 원력을 세우고 절을 창건하여 교민과 현지인 포교에 투신한지 벌써 10년을 넘기고 있다.
나는 95년말부터 달라스에 있던 수덕사 포교당에 인연이 되어 6개월 정도를 살게 되었다. 마침 1년여의 동남아 불교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오래지 않았고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한 철 정진하며 좀더 폭넓은 경험을 갖기 원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6개월의 미국생활은 10여년의 출가생활 중 가장 고달프고 어려운 시기였다. 그 넓다고 하는 미국 땅은 한정된 공간과 폐쇄된 인간관계만을 허락하였고, 내게 주어진 일은 조석예불, 기도와 일요법회뿐이었다. 도량청소와 간혹 있는 교민불자와의 식사자리 외에는 생필품을 구입하러 나가는 것조차 혼자 힘으로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한 달 두 달 갑갑하고 안타까운 시간이 지나갈 때 우연히 만난 인쇄물에서 휘광스님의 뉴욕 연락처를 얻게 되었다. 풀 수 없는 억울함을 당한 듯 꽉 막혔던 가슴이 풀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님께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전화에서 들리는 휘광스님의 목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이었다. 스님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미국은 어려운 곳이야, 하지만 출가 승려가 마음만 먹으면 헤쳐가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 힘내서 열심히 살아” 격려해 주셨다. 그 후 근처의 대학을 찾아 어학코스도 다니고, 교민신문에 매주 기고도 하며 미국생활의 활기를 얻게 된 것은 휘광스님이 한 통화 전화로 채워준 기운 때문이었다.
스님 자신이 원하던 공부를 마치지 못해서인지 휘광스님은 후배스님들을 보살피는데 각별하다. 이미 몇 분의 스님들이 스님의 도움으로 미국에 정착했으며, 지금도 스님의 도량 불광사는 미국에서 공부를 원하는 스님 또는 여행을 하는 스님이나 불자들에게 늘 개방돼 있다.
지난해 우연히 조계사 앞에서 휘광스님을 뵈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리니 담담하게 맞으시며 뭘 하느냐고 물었다. 포교원에서 소임을 본다고 하니 종단일도 좋지만 젊을 때 공부해야 한다며 언제라도 공부하겠다면 도움을 주겠다고 하셨다. 또 누구라도 공부할 사람이 있으면 보내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언제나 열려있는 마음으로 후배들과 불자들을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휘광스님만의 특출한 멋이다.
기독교를 통하지 않으면 정착이 거의 불가능한 미국, 먼 이국에서 불자로 스스로를 지켜가기도, 스님으로 수행하기도 쉽지 않은 그 곳, 또 스님이 원하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귀국해 더 좋은 여건에서 정진 할 수 있음에도 휘광스님은 그 곳에서 포교에 전념하고 계신다.
■서산 부석사 주지
200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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