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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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三寶)의 출현
‘초전법륜 불제자 교화’동시 탄생
장구한 인류종교사에 ‘장엄한 빛’

부처님께서는 전법을 결심하고 나자 고행림에서 함께 수행했던 다섯 비구를 찾아가 교화하기로 작정하고 그들이 있는 바라나시로 향했다. 대략 걸어서 18일 이상 걸리는 먼 길이었다. 바라나시는 예부터 카시의 수도로서 정치 경제의 중심지였다. 부처님께서 활동하던 당시에는 코살라와 마가다라는 두 강대국이 이곳을 쟁취하기 위해 다투는 바람에 매우 피폐한 도시로 전락해 있었지만 많은 사상가와 수행자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불전에는 단지 다섯 비구를 교화하기 위해 이곳으로 향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이곳에 집결해 있는 수많은 수행자와 사상가 내지 문호들이 부처님의 관심을 이끌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부처님께서 다섯 비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부처님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들을 설득하여 설법하게 된다. <전법륜경>에서는 이때의 설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출가한 수행자는 두 가지 극단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애욕에 탐닉하는 것은 범부가 하는 짓이다. 고행을 일삼는 것도 다만 괴로울 뿐이며 성스런 일이 아니다”라 설파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쾌락주의와 금욕주의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사회적인 도리에 합당”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중도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여덟 가지의 올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여덟 가지의 길이란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생활하고, 바르게 노력하고, 바르게 알아차리고, 바르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설법을 들은 다섯 비구 중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깨달음을 얻어 구족계를 받고 최초의 제자가 되었으니 바로 콘단냐이다. 한역불경에서는 아약교진여로 알려진 인물이다. 부처님은 나머지 네 명의 수행자를 위해 다시 중도법 이외에 보시, 지계, 생천(生天)법을 설했다고 한다. 아약교진여 이외의 수행자들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데는 며칠에 걸친 시간이 필요했으며, 일찍 깨달은 수행자들은 설법하는 부처님과 아직 깨닫지 못한 동료들을 위해 탁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론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행까지 병행하여 당신과 깊은 인연이 있었던 이전의 수행 동료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했으며, 그들은 기꺼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평생을 존경과 사랑으로 따르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사슴동산에서 다섯 비구를 교화하는 데는 중도법, 8정도, 보시, 지계, 생천론이 설파되었다. 중도법이란 인생에는 절도와 절제를 필요로 한다는 가르침이다. 보시는 사회적 덕목으로서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동물이라는 점을 자각케 하는 가르침이다. 지계는 개인의 생활을 규율해 주는 덕목이며, 인도 전래의 수행자들이 공통의 규범으로 삼고 있었던 살생, 간음, 거짓말, 도둑질, 소유 등에 대한 금지였다고 생각된다. 생천사상은 사회윤리적인 입장에서 사회적 선의 앙양과 악의 방지이다. 이것은 종교적 규범이나 사회적인 윤리나 도덕을 실천하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하늘[天]의 정확한 개념이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하늘은 범어 deva(데와)를 번역한 용어이며, 중생들이 끊임없이 윤회한다는 6도 중에서도 착한 공덕을 가장 많이 쌓은 중생들이 간다고 하는 삶의 범주이다. 때문에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늘[heaven]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인도인들은 깨닫지 않는 한 영겁의 윤회를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점에서 인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세계가 바로 데와[天]의 세계였던 것이다.
초천법륜이 불교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설법을 시작했다는 점에 무게의 중심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불교도들이 귀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삼보가 비로소 갖추어졌다는 점이다. 삼보 중에서 부처님과 법은 석가모니부처님의 깨달음과 동시에 등장하지만 삼보는 초전법륜을 통해 다섯 비구를 교화하고, 그들이 부처님의 성실한 제자로 거듭 태어남과 동시에 탄생한다.
그러나 이때의 승가는 완전한 승가는 아니었다. 이들을 교화한 이후 부처님께서는 방황하는 젊은이 야사를 교화한다. 또한 부처님을 찾아와 아들을 돌려달라는 야사의 부모님마저 교화하게 된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감격한 야사의 부모님은 최초의 재가신도가 되는 것이다. 야사의 부모가 최초의 재가 신도가 되자 3부중의 승가가 되며, 부처님의 양어머니인 마하파제파티가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자 4부중의 완전한 상가가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4부중의 출현은 시간이 흐른 다음의 일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다섯 비구가 부처님의 제자가 됨과 동시에 삼보가 이 인류의 장구한 종교사에 그 빛을 뿌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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