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낮 12시 30분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조계종 제13대 중앙종회의원 직할교구 선거를 위해 선거권자(투표인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선거권자만 860여명에 모두 4명의 종회의원을 선출하는 직할교구에는 출마자가 8명이나 됐고, 그런 만큼 적지 않은 자금(?)이 풀렸다는 소문이 나돌았었다.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 한 스님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했더니, 그 스님은 “적게 쓴 스님은 2억원 정도, 많게는 6억원 정도를 쓴 스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스님은 “받기는 했는데 누굴 찍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다른 스님은 “종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권속들을 어떻게 챙겨왔는지, 또 자금을 어느 정도 동원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3당2락’이라는 해괴한 말도 흘러나왔다. ‘3억을 쓰면 당선되고, 2억을 쓰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헛소문이라고 무시해 버리기에는 웬지 씁쓰레하다. 왜 이런 ‘돈소문’이 선거가 거듭될수록 자꾸 나오는 걸까.
물론 출마자들 모두가 선거자금을 동원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돈봉투 따라 투표한 사람도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선거라는 것이 다른 한쪽에서 돈을 쓰면 이쪽에서도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자의든 타의든 상당수의 출마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선거날 들은 세 스님의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님들 선거에서 돈이 오간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 자체가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돈얘기’가 근본적으로 나올수 없도록 종단에서 스님들의 의식과 선거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한명우 기자
주택조합의 거짓말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 탑골승방 서울 보문동 미타사(주지 자원)가 한 주택재개발 조합측의 거짓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건은 1997년 9월 천년고찰인 미타사 앞 25m 전방에 15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착공 당시 보문 제1구역 주택재개발 조합(조합장 정지원, 안암동 영암교회 장로)측은 미타사에 대웅전 전면 조망권 확보차원에서 15층짜리(103동) 건물을 대웅전 조망라인 바깥에 배치하고 그 자리에 어린이 놀이터와 경로당을 배치하기로 합의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조합측은 기존 계획을 변경, 7층이면 엘리베이터 허가가 나지 않아 11층 건물로 세우면 어떻겠냐고 주지 스님에게 의견을 물었다. 주지 스님은 노약자들이 7층까지 걸어서 오르내리기엔 너무 힘들 것 같고, 가난한 동네 사람들이 집을 짓는다는데 조망권이나 일조권도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 아무런 조건 없이 이를 승낙했다.
하지만 조합측은 주지 스님에게 일언반구 없이 1998년 6월, 6번의 설계변경 끝에 15층짜리 건물을 미타사 정면으로 배치하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시켰다. 주지 스님은 그것도 모르고 공사안전을 위하여 매일같이 기도를 올렸다. 공사관계자에게도 가난한 지역 주민들의 삶의 공간을 잘 지어달라며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결국 사건은 103동이 13층까지 올라가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세상물정 모르고 수행만 하던 스님들만 망연자실한 상태다. 현재 책임감으로 밤잠을 설치며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한 주지 스님은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주지직 사퇴서를 조계종 총무원에 제출했다.
현직 개신교 장로가 조합장으로 있는 조합 측의 거짓말로 스님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 종교간 불신의 장벽을 만들고 있다.
남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