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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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구사 기성세대부터 제대로
최성렬
조선대 교수
철학과

“하루 평균 6시간59분 공부, 4시간24분 여가 활동, 일주일에 10시간30분 인터넷 접속, 월평균 휴대전화 요금 3만1천4백원, 79%가 가출 충동 경험 ….”
10월 23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발간한 <청소년 보호 백서>에 나타난 우리 청소년들의 실상이다. 언뜻 봐서는 그리 문제될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우리의 가정·학교·사회, 모두가 그들을 제대로 이끌기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와의 교감이 부족하고, 선생님과의 신뢰 역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사회환경도 음주와 흡연은 말할 것도 없고, PC방(95%), 전자오락실(91%), 노래방(89%) 등 이른바 청소년 유해업소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학교 폭력, 왕따, 교실 붕괴현상, 각종 비행 등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여간 머리 무거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부모나 교사와의 관계이다. 고교생의 22%는 아버지와 대화시간이 하루에 1분도 안 된다. 그렇다고 어머니와의 대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고작 1분에도 못 미친다는 응답이 11%나 된다. 또, 열 명의 중학생 가운데 한 명은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믿지 못한다”고 답했다.
교사의 불신(70%), 지나친 꾸지람(80%), 불필요한 체벌(75%), 수업능력 부족(81%) 등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희망이라는 우리의 청소년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는가? 입시지옥 때문이라고 하든 대화문화의 빈곤이라고 하건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거시적 안목에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희망과 절망은 빛과 그림자처럼 언제나 공존하기 마련인 것은 정말 다행이다.
고교생의 89%는 “사회가 불만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노력에 따라 장래에 성공할 수 있다”(90%)거나, “한국인이란 사실이 만족스럽다”(67%)는 등 정신적 건강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나서서 제대로 이끌어 주기만 한다면 그들의 장래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여왕벌의 알은 따로 없어도 여왕벌로 키우기로 작정하고 큰집에서 로얄제리를 계속 공급해주면 여왕벌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대화의 시간을 늘리고 애정과 관심의 폭을 확대해 가는 것이 시급하다. 이성적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 하고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인간을 호모 로퀀스(Homo loquens 언어적 인간)라고 한다. 이제 그 위력을 확신해 볼 때가 된 듯 싶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가족간이나 사제간의 대화 태도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많은 부모와 교사들은 자식이요 제자인 청소년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언어의 소통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7%에 불과한데도 우리들은 말의 내용을 너무 고집했던 것은 아닐까? 말의 내용을 언어적 기법이라고 한다면 말투나 억양, 몸짓이나 표정, 자세나 분위기 등은 비언어적 기법이다. 이제부터는 그런 비언어적 기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200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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