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포럼은 13일 동산불교회관 2층 강당에서 ‘서양불교의 성장과 한국불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마당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미산 스님(백양사 참사람수행결사 수행원 원장)의 발제로 진월 스님(한국종교연합선도기구 대표)과 이동호 소장(발틱연구소)이 논평자로 나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산 스님
(참사람수행결사 수행원장)
급성장 서양불교를 거울로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의 불교인구가 약 200만에 이르며, 미국에서 동양의 수행법을 실천하는 사람이 약 1천 5백만에 이른다. 서양에서 불교가 이토록 급성장한 원인은 무엇보다도 지식층이 불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참여·생활·수행불교라는 서양불교의 특징도 한 몫을 했다.
이처럼 서양불교가 급성장하는 반면 한국불교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어 보완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내적인 문제점을 보면 출가자들의 체계적인 인성교육과 바른 불교적 가치관과 세계관 정립의 미비, 소의 경전인 금강경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의 부재와 종론 및 종학 정립의 미비, 소의 경전에 입각한 참선수행의 이론과 실제의 미정비, 간화선 수행의 핵심인 의단(疑團) 형성을 위한 초기단계의 수행체계의 빈약 등이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화선의 체계 정비와 다른 수행법에 대한 관계 정립, 간화선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호흡관법이나 수식관의 적극적 활용이 요구된다. 또 재가 전문 지성인들을 위한 수행프로그램 개발, 외국어 향상을 위한 불교 전문어학당의 설립도 필요하다.
진월 스님
(한국종교연합선도기구 대표)
눈높이 수행체계 확립해야
미국에서 백인 엘리트들이 불교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근래에 소가가까이(SGI) 회원들이 확산되고 있는 바, 그들의 대다수는 영세 서민인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백인 엘리트 불교라고 할 수 없는 ‘흑인 대중불교’의 저력도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3수행법이 한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은 전통 수행체계 확립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의 근기에 맞는 눈높이 수행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서양불교가 한국으로 역수입 되는 것을 우려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비록 동양에서 건너갔지만 서양불교는 체계적·문헌학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정서에 잘 맞다. 문제는 우리 자신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할 것인가 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로 어느 스님이 아니라 김수환 추기경이나 강원룡 목사 등이 거론된다. 이는 사회 속에서 불교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승가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동호 박사
(발틱연구소장)
수행 전념시 불교중흥길 열려
사회속의 지도적인 위치의 소위 엘리트 계층이 불교보다 기독교에 많이 편향된 것도 현재 한국불교의 문제점으로 거론될 수 있다. 이는 해방 후 미국의 물량공세에 의한 것이지만 최근 각종 출판물 등으로 볼 때 대중불교로 많이 이행되고 있어 점차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제3 수행법에 관한 문제는 한국불교의 전통을 떠나서 수행자체가 부실해 여러 가지 수행법이 유입되었다고 본다. 즉 우리 자체의 묵묵한 수행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승가에서는 한 번쯤 심각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또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여성불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여성불교는 인권 문제와 직결시켜 바라보아야 한다. 2004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여성불교도대회에서 불교에서 여성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 볼 자리가 될 것이다.
최근 서양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서양사회는 안정된 사회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증가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행자가 수행에 전념할 때에만 불교가 중흥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길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