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포교사회학과
불과 10여 년 전만 하여도 정보화사회는 남의 나라 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초고속인터넷망 가입자가 1천만 명이 넘어서는 고도정보사회로 진입하였다는 소식에 가슴 뭉클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의 성과는 정보기술(IT)분야에서 헌신한 기술인력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보매체 활용에 대한 열망과 적응능력이 만들어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을 여행해본 사람들이라면 우리나라처럼 컴퓨터와 인터넷망이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사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고도정보사회가 이룩되면 경제활동이나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가 많았다. 또한 실질적으로 향상되는 측면도 많이 있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고도정보사회에도 명암은 항상 존재한다. 이미 우리사회에도 인터넷 게임의 중독, 저질 음란물의 과도한 유통과 범람, 자살사이트의 운영, 불건전한 만남의 도구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매체가 바람직하지 못하게 이용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정보매체 이용자의 자존적 의식의 결여와 무명(無明)의식에서 비롯된다. 일부 게임프로그램이나 도박 프로그램에 중독되어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십만 명이 넘는다는 보고가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하면서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의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중독에 취약한 인간심리를 악용하여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도록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둘째는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 정보매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거래는 매우 정상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반사회적이거나 반윤리적인 상품을 판매하여 불법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셋째는 인터넷 매체를 이용하는데 필요한 윤리의식과 규칙이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타인을 비방할 경우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당사자는 정신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정보주체들 사이에 필요한 게임의 규칙과 도덕율이 실종된 사이버 아노미 현상이 문제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는 길은 없는가? 완전히 발본색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원론적인 방법은 정보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밝은 지혜로 탐하고, 어리석고, 분노하는 마음을 스스로 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율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사회를 정신적으로 선도할 지도자가 다양하게 육성되어야 한다.
이들이 바로 무지와 무명으로 덮여져 있는 사이버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중생을 제도할 인터넷포교사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포교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정보매체를 활용할 능력을 갖추고 사회를 선도할 인력이다. 진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비의 눈으로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였다.
정보의 바다에 떠있는 쓰레기를 청소하고,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이 전달될 수 있는 지혜와 정보기술과 매체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인재가 배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