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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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불타고 있다
탐욕·이기심의 세상사 불길 비유
부처님, ‘소화’방법 8정도 가르쳐
요즘은 신문이나 TV를 보기가 겁이 난다. 온통 전쟁, 테러, 납치, 살인 등의 기사로 얼룩져 있다. 외국인 여성들이 입국하여 성매매와 임금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뉴스나 공권력이 범인을 취재하는 도중에 구타로 인해 피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등 이 사회의 전반적인 윤리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살인, 납치, 임금착취, 성매매 등 그 이유가 여하튼 인간의 생명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두려움과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차적인 것은 종교적인 입장을 떠나 나약한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인가 하는 회의이다. 부처님께서는 생명의 존엄성을 현양하기 위해 미물일지라도 그들의 생명을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때문에 번식기나 우기에 출가자들은 외출 내지 여행하지 말고 조용히 수행에 정진하라고 가르친다. 재가자들에게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면서 재판관이나, 무기장사, 독약을 매매하는 일 등 생명과 관계가 있는 직업은 피하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생명 자체는 결코 수단이 될 수 없으며, 그 자체로 목적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문제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을 태우고 있는 불 때문이라 설명한다. 인간의 이기심을 기름 삼아 타오르는 불길을 제어하지 않는 한 인간 세상은 추악한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잡아함경> 197경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이 1000여명을 넘어서자 상두산(象豆山)에 올라가 세상이 불타고 있다고 절규한다. 불타는 세상에서 눈뜬 사람들은 그 불길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전제가 이 설법의 배경에 깔려 있다.
“비구들이여, 온 세상이 불타오르고 있다. 온 세상이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눈이 불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불타고 있다. 눈의 분별이 타오르고 있다. 눈이 보아서 즐거운 것이나 괴로운 것이나 모두 불타오르고 있다. 무엇 때문에 불타오르고 있는가? 탐욕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어리석움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생로병사의 근심 걱정과 고통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이처럼 귀에서도, 코에서도, 혀에서도, 몸뚱이에서도, 나아가 마음에서도 불길이 훨훨 타오르고 있느니라”
이상의 설법에 의하면 인간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은 세 가지의 독소로 알려진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움이다. 여기서 탐욕이란 갈망과 갈애(渴愛)를 지칭하는 말이다. 갈애는 욕계, 색계, 무색계로 표현되는 삼계에 대한 갈망이 있고, 다른 하나는 욕애(欲愛), 유애(有愛), 무유애(無有愛)가 있다. 이들 중에서 삼계에 대한 욕망은 세계의 범주에 관한 욕망이며, 두 번째는 심리적인 인간의 욕망에 대한 구분이다.
여기서 욕애란 남녀간의 애정을 비롯하여 재산, 명예, 식욕, 수면욕 등 오욕을 말한다. 유애란 다음 세상에는 행복과 쾌락이 많다고 생각하는 천상에 태어나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무유애에서 무유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실체화되지 않는 대상을 갈망하는 욕망이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우비고뇌와 절망이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 일종의 허무주의 내지 염세적인 탐닉이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욕망의 공통점은 맹목적인 욕망이기에 이성에 의한 통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러한 욕망의 밑바닥에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과 불만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이성적으로는 이들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실생활에 있어서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면 통제하기가 힘든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야기되는 세상사를 불타고 있다고 비유한다. 눈 귀 코 혀 몸 마음을 통해 이기심을 충족시키려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일체의 모든 대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기만을 바라고, 자기만의 소유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존재하는 것은 지배와 군림의 오만한 마음뿐인 것이 현실이다. 결코 지신을 포함한 어느 것도 누군가의 소유나 지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무엇 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 불안과 불만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자 한다. 그래서 미워하고 저주하며 분노한다.
이때 탐욕과 분노의 불로 타버리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길을 끓어 않고 살 수 밖에 없는 인간 자신들이다.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남의 생명을 경시하는 테러, 인질극, 전쟁, 인신매매 그리고 거짓과 속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고의 편린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의 종말은 인간세상의 파멸을 초래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 파멸의 구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가능한 한 타오르는 불길을 제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8정도를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가르친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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