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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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전법위해…” 사상 첫 전도선언과 불교의 이상
전도선언
불국토 건설·솔선수범 정신 담겨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진리의 수레를 굴리기로 결정한 장소가 녹야원이었다는 것은 설명한 적이 있다. 바라나시의 근처에 있던 녹야원에는 수많은 사상가, 문학가, 수행자들이 거주하고 있었기에 당신이 깨달은 법을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도 했다. 처음 다섯 비구를 교화한 이래 방황하고 있던 야사라는 젊은이를 교화하여 출가시킨다. 야사는 부호의 아들로서 남부러울 것이 없는 청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가했다는 점에서 주변 친구들에겐 놀랄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야사의 친한 친구들 54명도 부처님을 찾아와 설법을 듣고 출가하게 된다. 어느덧 60명에 이르는 제자들이 부처님을 모시고 수행하게 되었다. 그런 어느날 그들의 공부가 모두 익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모아 놓고 각자 전도를 위해 길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비구들아, 그대들은 이미 해탈을 얻었다. 이제 사람과 하늘의 이익과 안락, 그리고 세상에서 구하는 미래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해 법을 전하러 떠나거라. 다른 마을로 갈 때 같은 길을 두 사람이 가지 말고 혼자서 가라.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아야 하느니라. 이치에 따라 조리와 표현을 갖추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법을 전하라. 원만 무결하게 청정한 실천을 설하라. 중생들 가운데는 번뇌가 적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법을 듣지 못하면 악에 떨어질 것이나 법을 들음으로써 성숙해질 것이다. 비구들아, 나도 이제 법을 전하기 위하여 우루벨라의 병장촌으로 가리라”

이상이 <잡아함경> 제39경에 나오는 전도선언문 전문이다. 세계종교 역사상 최초로 전도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상의 선언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내재되어 있다. 첫째는 해탈을 얻어 아라한이 된 출가자들은 인간과 하늘(데와)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전도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해탈을 체득한다는 것은 영겁의 윤회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입장에서 인간과 하늘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전도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은 불교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시사하는 것이다.
둘째 출가자는 인간의 의식을 전환시켜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한 곳으로 두 사람이 가지 말고 오직 한 사람씩 유행하라고 당부한다. 비구 개개인은 수행에서 오는 즐거움에 탐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법을 도구로 인간세상을 교화하는데 존재 의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스리랑카의 윌폴라훌라 스님의 ‘불국정토를 건설하기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시간을 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비구가 되는 것이란 말은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셋째 방법론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착해야 한다는 것은 목적도 훌륭해야 하지만 수단도 정당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잡아함경> 제13경에는 부루나존자가 수로나국으로 전도를 떠나기에 앞서 부처님을 찾아뵙게 된다. 이때 부루나 존자는 부처님에게 맞아 죽더라도 결코 그들을 원망하지 않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불안한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제도 받지 못한 사람을 제도하며, 그들을 열반으로 인도하겠다고 맹세한다. 이에 부처님께서 부루나 존자를 칭찬하며 격려하는데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착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넷째 조리에 맞게 표현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리에 맞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은 고, 무상, 무아의 가르침에 알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원만하고 완전무결하게 청정한 실천을 행해야 한다는 것은 살생, 투도, 간음, 망어, 소유로부터 떠나는 것을 말한다. 당시의 수행자들이 지켰던 인도 전통의 규범이었다.
여섯째 설사 중생들의 근기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고 해서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은 그들이 법을 듣게 되면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기에 따라 다양한 비유와 설화 등을 빌어 설법하는 것이다.
일곱째 부처님 자신도 기지촌(병장촌)으로 가서 열심히 법을 전하겠다는 것은 권위가 아닌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주신 것이다. 초기불교시대에 불상대신 부처님의 평발을 불교의 상징으로 삼았던 것은 맨발로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교화하다 평발이 되신 부처님의 정신을 영원토록 계승하자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종교적 실천가인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추구하셨던 이상이 바로 전도선언에 나타나 있다는 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불자들, 특히 출가자들이 마음 깊이 되새겨야 할 내용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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